[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김건희 여사 조사를 둘러싼 이른바 '총장 패싱' 논란이 봉합 수순에 들어가는 모양새지만, 검찰이 조사 과정에서 김 여사에게 편의를 제공했다는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야권 인사 수사에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여사 관련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야권 수사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경우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조아라 부장검사)는 최근 김정숙 여사의 '샤넬 재킷 기증 의혹'과 관련해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달 초 김일환 국립한글박물관장과 다른 직원들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인도 공식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사진=청와대]

김정숙 여사의 재킷 의혹은 김정숙 여사가 국립한글박물관에 기증해 전시 중인 것으로 알려진 샤넬 재킷의 모양이 다르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당시 청와대는 김정숙 여사가 해당 재킷을 반납하고 샤넬이 이를 국립한글박물관에 기증했다고 설명했지만 이후 샤넬은 국립한글박물관 요청으로 별도 재킷을 제작해 기증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정숙 여사가 당시 착용했던 재킷 비용을 청와대 특수활동비로 지불하고 직접 소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정숙 여사는 '인도 타지마할 외유성 출장 의혹' 등으로도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상태다. 이 의혹은 김정숙 여사가 2018년 11월 타지마할을 단독 방문한 것과 관련해 예비비 4억원을 편성해 사실상 여행 목적의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것이 골자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17일 당시 관련 업무를 맡았던 문화체육관광부 과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최근 김정숙 여사 사건에 속도를 낸 검찰이지만 법조계 안팎에선 이후 검찰이 수사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건희 여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특혜 조사' 논란이 있었던 만큼 김정숙 여사 수사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두 전·현직 영부인에 대한 수사는 내용과 상관없이 동일 선상에서 두고 보는 시각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검찰은 공정하게 보이는 수사를 하는 것도 중요한데, 김건희 여사는 편의를 봐주고 김정숙 여사 수사는 강하게 나간다면 논란과 비판 여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전주지검 형사3부(한연규 부장검사)가 수사 중인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 씨의 특혜 채용 의혹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의혹은 2018년 3월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되고 4개월 뒤 서씨가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타이이스타젯에 전무이사로 취업하면서, 중진공 이사장 임명과 서씨 채용에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이 골자다.

서씨 채용 조건으로 이 전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 자리에 이어 이후 민주당 공천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1~2월 서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세 차례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이후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을 피의자로 전환하고 압수수색을 단행하는 등 수사를 벌였으나 서씨에 대한 추가 조사나 피의자 전환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최근까지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전직 대통령이 관련된 사건이라는 점 등 때문에 검찰이 더욱 심혈을 기울여 수사해 속도가 늦어 보일 수는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이미 야권에 대한 전방위 수사로 검찰을 향하던 비판이 김건희 여사 조사 논란으로 더욱 가중된 상황"이라며 "이에 검찰 입장에선 모든 사건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고 외부에서 검찰이 수사 속도를 조절한다는 비판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부연했다.

[성남=뉴스핌] 이호형 기자 =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차 출국하는 김건희 여사. 2024.06.10 leemario@newspim.com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