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의 매맷값이 최고가를 속속 뛰어넘는 상황에서 추격 매수세가 다소 꺾이는 분위기가 감지돼 향후 주택시장에 변화가 주목된다.

집값이 단기간에 뛰면서 급매물은 종적을 감췄고 집주인들은 매도호가를 더욱 높이고 있다. 대기 수요자 입장에서는 가격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상급지의 매맷값이 더욱 가파르게 상승해 1주택자들이 갈아타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것도 매수세가 주춤한 이유로 풀이된다.

22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21일 기준 1800건대를 기록했다. 신고 기간이 한 달 정도 남은 상태지만 전달 7000건대까지 치솟은 거래량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집값 반등 기대감에 힘입어 지난 2월 2575건을 기록한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달 거래량이 7000건을 밑돌면 5개월 만에 증가세가 꺾이는 것이다.

서울 주요 아파트의 매맷값이 급등하면서 추격 매수를 고민하는 수요자가 늘고 있다.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뉴스핌 DB]

거래량 증가세가 한풀 꺾이면서 역대 최고치로 상승했던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평균 거래금액은 12억1478만원으로 처음으로 12억원을 돌파했다. 주택시장이 과열됐던 2021년에도 최고 평균 거래금액이 11억5000만원 수준이다. 이달 평균 거래금액은 전달 대비 1억5000만원 정도 낮은 10억5910만원을 기록 중이다.

시장에서도 이달 들어 매수세가 다소 주춤해졌다고 평가한다. 양천구 A공인중개소 대표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주말에 10팀 정도가 집을 보러왔는데 지난 주말에는 방문 수요가 3팀 정도로 줄었다"며 "급매물은 사실상 사라진 데다 집값이 단기간에 수억원 상승하자 시장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수요층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고점을 넘는 거래는 제자리걸음이다.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달 신고가 비중은 9.3%로 2021년 주택시장 호황기 때 나타났던 절반 정도의 신고가 거래보다 강도가 약하다. 지난 4월 9.4%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지역별 차별화도 상당하다. 서초구(28.2%) 종로구(26.5%) 용산구(17.9%) 강남구(15.3%) 광진구(13.3%) 양천구(12.9%) 등은 평균치를 상회했으나 도봉구(3.7%), 강북구(3.4%), 노원구(2.0%) 등은 5%를 밑돌았다.

이렇다 보니 서울 아파트의 집값이 추가로 폭등하기보단 당분간 매도자와 매수자 간 '눈치보기'가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매맷값이 전고점을 돌파하면서 매수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대기 수요자가 늘고 있다. 그에 반해 집주인들은 중장기적으로 매맷값이 더 오를 것이란 예상에 매도호가를 낮추지 않는 상황이다. 매도, 매수자간 희망하는 거래금액의 격차가 커지면 거래량이 감소하는 게 일반적이다.

1주택자의 '상급지 갈아타기'가 점차 어려워진 것도 추격 매수세가 주춤한 이유다. 서울 주요 단지의 경우 매도호가가 하루에 다르게 상승하고 있다.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이달 19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2월 16억2500만원보다 3억원 상승한 금액이다. 송파구 '파크리오' 전용 84㎡도 지난달 23억9000만원에 실거래돼 지난 2월 거래금액(18억5000만원) 대비 5억원 넘게 뛰었다. 상대적으로 상급지 매맷값이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당장 내 집을 처분해도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기에 자금 여력이 빡빡해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집값이 회복세를 지나 추세적인 상승장에 진입했다고 판단하는 수요자들도 전고점을 돌파한 금액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많다"며 "경기둔화 우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가능성 등 부동산 시장의 불안요소도 여전해 집값이 추가로 강하게 오르기보단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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