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청원' 청문회에 이원석 검찰총장을 증인으로 추가 채택하자 법조계에선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17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야권은 이 총장을 불러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및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 부실 논란 등을 추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법조계는 준사법기관의 독립성 측면에서라도 이 총장이 증인 출석을 거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오는 26일로 예정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민동의 청원 관련 2차 청문회에 부를 증인 6명을 재석 16명 중 찬성 10명으로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참석하지 않고 퇴장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이원석 검찰총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2024.01.02 leemario@newspim.com

◆ 법조계 "검찰총장 국회 출석 전례 없어…'투망식 증인신청' 문제"

통상적으로 검찰총장은 국정감사를 제외하고 국회에 나가지 않는 것이 관례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또 국회 증언감정법에 따르면 증인 출석 의무는 국회 안건 심의나 국정조사·국정감사와 관련해서만 규정돼 있어 이 총장이 청문회 증인 출석 요구에는 응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우리나라 검찰총장은 국감을 제외하고 국회에 출석하지 않는다"며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와 일본은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을 이원화 했다. 국회 관련 정무 정치적 부분은 장관이 담당하고 총장은 독립성을 보장하고자 기능을 분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준사법기관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라며 "법원도 행정처장이 국회에 출석하지 대법원장이 나가진 않는다"며 검찰 제도와 어긋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 임무영 변호사(임무영 법률사무소)는 "후임한테 관행이 될 수 있어서 응하지 않는 게 옳다"며 "(야권이) 청문회장에서 망신주기 할 게 뻔하다. 답변할 시간도 주지 않을 텐데 그런 차원에서라도 출석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CK)는 이번 사안을 두고 '투망식 증인 신청'이라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증인 신청은 마구하는 게 아니라 입증하고자 하는 사실과 증인 사이의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며 "총장은 직접적 관련성이 없다고 보이는데 관련성 없는 증인을 부르는 건 준사법기관을 정쟁의 장으로 몰아넣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투망식 증인 신청은 인권 보호 문제와 재판의 신속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기 때문에 법원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유상범 국민의힘 간사,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6회국회(임시회) 제2차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체토론 시간과 관련해 논의하고 있다. 2024.07.16 pangbin@newspim.com

◆ 野 법사위, 이원석 불출석 시 고발 검토…"공수처가 총장 멱살 잡는 꼴"

야권 측은 이 총장이 청문회 증인으로 불출석할 경우 고발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증인들이) 안 나오고는 못 견디고, 못 버틸 것이다. 바로 '고발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르면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 연서가 있을 경우, 청문회 증인도 고발이 가능하다. 민주당은 지난 15일 대통령실이 대통령실 관계자 등에 대한 청문회 증인출석요구서 수령을 거부했다며 정진석 비서실장 등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 바 있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 김승원 의원은 "청문회라 동행명령장 발부는 안 될 텐데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한다면 국회 고발은 검토할 수 있다", "현직 검찰총장이니 공수처로 가야 할 텐데, 그렇게 되면 공수처가 현 총장의 멱살을 잡은 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 유상범 의원은 "사법부 독립성 측면에서 검찰총장을 국회에 부른 적이 없다. 이건 전례 없는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편, 이 총장은 전날 취재진과 만나 "대통령 탄핵 청문이라는 유례없는 정치적 사안에 사법을 담당하는 검찰총장을 끌어들이는 것은 정치가 사법을 정쟁으로 몰아넣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그는 "이런 처사가 온당하지 못하다는 것은 국민 여러분께서 잘 알고 계시리라 믿고 이에 대해서는 역사가 평가하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실제 출석 여부에 대해서는 "어떤 것이 옳고 또 정의에 부합하는지 차차 생각해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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