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으로 한 주를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 사건이 투자자들의 심리를 크게 흔든 가운데, 유럽 명품 업계의 우울한 실적 보고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15일(현지시간) 범유럽 지수인 STOXX600지수는 전장보다 5.35포인트(1.02%) 내린 518.73에 장을 마쳤다. 섹터별로는 가정용품과 유틸리티가 각각 2%, 1.9% 떨어져 전체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지수는 157.29포인트(0.84%) 내린 1만8590.89에,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지수는 91.61포인트(1.19%) 빠진 에 7632.71에 장을 마쳤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100지수도 69.95포인트(0.85%) 하락한 8182.96에 장을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플로어 전경. 2023.03.21 [사진=블룸버그]

이날 유럽 시장에는 유럽 명품 업체들의 비관적 경영 성적이 잇따라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10개의 유럽 명품 업체로 구성된 유럽 럭셔리 지수는 이날 3% 가까이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명품 패션 브랜드 버버리 주가는 16.1%나 폭락해 눈길을 끌었다. CNBC는 "168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버버리가 실망스러운 1분기 실적과 배당금 지급 중단, 최고경영자(CEO)의 전격적 교체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버버리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한 4억5800만 파운드(약 8226억원)에 그쳤다. 이 회사는 또, 2년 반 전에 취임한 조너선 아케로이드 CEO를 물러나게 하고, 미국 브랜드 마이클코어스, 코치, 지미추 CEO를 지낸 조슈아 슐먼을 새로 영입했다. 

세계 최대 시계 제조업체인 스위스의 스와치 그룹도 상반기 매출과 수익이 급락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뒤 9.8% 하락했다. 오메가와 론진, 티쏘 등을 만드는 이 업체는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14.3% 줄어든 34억5000만 스위스 프랑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순이익은 4억9800만 스위스 프랑에서 1억 4700만 스위스 프랑으로 떨어졌다. 

오스테드(Orsted), RWE, 베스타스, 지멘스에너지 등 유럽의 재생에너지 기업들도 3.4~6.4% 하락해 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 주말 유세 도중 피격당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 때문이다. 트럼프는 재선될 경우 해상 풍력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한편, 프랑스 감사원은 이날 "프랑스는 더 이상 정부 재정에 여유가 없으며 앞으로 긴급히 부채를 줄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감사원장은 앵테르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부 빚을 갚기 위해 매년 520억 유로를 쓰고 있다"며 "이 액수는 오는 2027년에는 800억 유로로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다른 재정지출, 즉 교육과 사법, 보안, 생태 전환 쪽으로는 예산을 돌릴 여유가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유럽 시장에선 오늘 18일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시장은 이번엔 금리 동결을 예상하면서도 ECB가 오는 9월에 열리는 다음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지에 대한 신호를 확인할 수 있을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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