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지자체가 숙박시설과 중식 등 경기 화성 참사의 아리셀 유가족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재난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사후 조치만큼이나 또 다른 재해가 일어나지 않게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16일 일선 지자체 등에 따르면 아리셀 화재 참사 유가족들은 오는 31일까지 숙식 지원을 받을 수 있다. 23명의 희생자 중 8명만 장례가 이뤄지는 등 각종 절차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유가족들은 경찰과 고용노동부 측에서 사고에 대한 원인을 밝힐 때까지는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현재 유가족들을 지원할 수 있는 주체는 지자체가 유일하다시피 하다. 고용노동부나 소방당국의 경우 현재로서는 유가족을 지원할 만한 근거가 없다. 

[화성=뉴스핌] 정일구 기자 = 경찰과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단이 25일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화재 원인 조사를 위한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2024.06.25 mironj19@newspim.com

행정 처리도 전적으로 지자체의 몫이다. 특히 외국인에 대한 사망신고를 할 경우, 등록증 변경신고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만큼 도움이 필요하다. 화성시는 현재 공무원과 유가족을 일대일로 매칭해서 각종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 

다만 상황이 장기화되는 만큼 지자체에서 재정적 한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화성시는 유족들을 지원하는 데 든 비용을 아리셀에 청구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원칙적으로 행정안전부 재해구호기금 집행 지침에서 유족에게 숙박시설을 지원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7일까지다.

화성시 관계자는 "현재 지원 기간을 한 달 이상 늘렸는데, 업체 측에서 왜 원칙을 벗어나서 지원했냐고 의문을 제기한다면 비용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유가족이 지자체와 긴밀하게 소통하는 과정에서 법적인 한계에 부딪히기도 한다. 일례로 유가족들은 지자체가 사측의 교섭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지자체는 사인(使人) 간의 관계인 만큼 개입하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화성시 관계자는 "장소 제공까지는 가능하지만 위로금 등에 대한 합의에는 개입할 수 없다. 현재로서는 기준이 없기 때문에 공무원의 업무 범위를 넘는다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별도의 지침을 마련해 재해 피해자들을 도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정민 이태원참사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사고가 났을 때 지원 유무로 갈등이 생기는데, 기준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태원참사 특별법뿐 아니라 지자체 측에서 피해자나 유가족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자체의 대응에 시선이 집중되는 상황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준모 건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장례 절차만큼이나 사회적으로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은 당장 오늘이라도 유사 화재가 발생할 때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는지"라며 "공공부문과 민간에서 리튬 배터리 등 사고가 일어나면 어디까지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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