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지혜진 홍석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개원 이후 40개가 넘는 당론을 채택하자 의원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불과 2시간도 안 걸리는 의원총회에서 무더기로 당론을 채택하자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거수기처럼 느껴진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민주당 의원들이 모인 텔레그램 방에서는 "당론을 최소화했으면 좋겠다", "법안당 논의 시간이 보장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06.11 leehs@newspim.com

해당 발언은 정책 의원총회를 하루 앞두고 검토해 보라는 취지로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당론 추진 법안 파일을 올리자 나온 반응으로 파악됐다.

한 의원이 먼저 이의를 제기하자 뒤이어 이에 동의하는 의원들이 비슷한 의견을 낸 것으로 보인다.

메시지를 남긴 A 의원은 "헌법 기관으로서 의원의 자율성과 표결권을 침해하는 결론을 초래하므로 당론 법안을 많이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법안을 한꺼번에 20개씩 논의했는데 사실 요식행위이자 의원들이 거수기처럼 느껴지는 측면이 상당히 크다"고 했다.

'무더기 당론'에 대한 우려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3일 열린 22대 첫 정책 의총에서 '김건희 특검법'과 '방송 3+1법' 등 22개 법안과 1개 결의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당론 채택에 걸린 시간은 총 2시간가량이다. 이에 일부 의원들이 이의를 제기했으나 당시에는 지도부가 별다른 응답 없이 넘어간 것으로 확인된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많은 법안을 한꺼번에 당론으로 채택했을 경우 상대적으로 중요한 의제들이 가려지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며 "좀 더 면밀한 법안 내용 검토가 필요한 거 아니냔 문제 제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불만을 제기한 B 의원은 "지난번에 처리한 22개 당론 중에는 '도시가스사업법'도 있다. 왜 도시가스사업법을 당론으로 해서 찬성해야 하나"라며 "어떤 사람은 노동 문제에, 또 어떤 사람은 대기업 견제에 민감한 것처럼 다 각자의 판단이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나치게 지엽적인 사안까지 당론으로 채택한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또한 의원 개인의 소신에 위배되는 법안도 당론이라는 이유로 찬성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갈등은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22대 국회 초기인 만큼 양해해달라. 정기국회 이후로 당론 채택을 최소화하겠다"고 답하면서 일단락됐다. 진 의장은 개원 국회인 만큼 당의 의지나 목표를 좀 더 선명하게 전달하려는 취지에서 당론이라는 형태를 취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날도 노란봉투법, 전세사기피해자 지원·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등 7개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일각에서는 '무더기 당론'의 폐해를 드러낸 사례로 곽상언 의원을 꼽는다. 곽 의원은 당론인 검사 탄핵소추안에 기권 표를 던진 뒤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비판과 징계 요구가 이어졌다. 결국 곽 의원은 원내부대표직에서 자진해서 사퇴했다.

heyj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