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러시아 법원이 지난 2월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돌연 사망한 러시아 반(反)정부 활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미망인 율리야 나발나야(47)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 등 외신들이 9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나발나야는 지난 2021년 러시아를 떠난 이후 지금까지 두 자녀와 함께 해외 비밀장소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율리야 나발나야 [사진=로이터 뉴스핌]

보도에 따르면 모스크바 바스마니 지방법원은 이날 나발나야에 대해 극단주의 조직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했으며 국제 수배자 명단에도 올렸다. 법원은 "나발나야가 해외로 도주한 상태"라며 "그녀가 러시아 땅을 밟는 순간 즉각 체포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발나야는 자신에 대한 체포 영장 발부 사실이 알려지자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푸틴은 살인자이자 전범"이라며 "그가 있어야 할 곳은 바로 감옥, 나발니가 살해당한 2mX3m 크기의 유배지 철창 안"이라고 썼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政敵)이었던 나발니는 1976년 모스크바 근교에서 태어났다. 러시아민족우호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다 2000년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21세기 차르'로 불리며 무소불위 독재자로 군림하는 푸틴에 맞서며 러시아 야권의 지도자로 부상했다. 특히 푸틴과 러시아 고위층의 비리 및 부정축재 의혹을 잇따라 폭로했다. 2013년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는 28%에 달하는 득표율을 올리며 푸틴 정권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나발니는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거침없이 푸틴 정권을 비판하다 2020년 러시아 국내선 비행기에서 노비촉이라는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졌다. 독일에서 치료를 받고 극적으로 살아났으나 2021년 1월 귀국 직후 체포됐다. 2022년 횡령과 사기 혐의 등으로 9년형을 받았고, 이후 극단주의 조직 결성 혐의로 19년 징역형을 추가받아 복역하던 중 알수 없는 이유로 감옥에서 급사했다. 

한편, 나발나야는 남편 사망 이후 푸틴 반대와 러시아 민주화 투쟁 등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나발니 사망 3일 후 푸틴 독재에 대한 저항을 계속할 것을 다짐하는 9분짜리 영상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영상에서 나발나야는 "나는 나발니의 작업을 계속할 것이다. 나는 자유로운 러시아에 살고 싶다. 자유로운 러시아를 건설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나와 함께 서기를 요청한다. 슬픔과 끝없는 고통 뿐만 아니라, 분노를 공유하기를 요청한다. 우리의 미래를 죽이려 하는 자들에 대한 분노, 분노, 증오를…"이라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와 뉴욕타임스는 나발나야가 남편이 설립한 '반부패재단'을 이끌고 있으며 이달 초에는 비영리조직인 '인권재단'의 회장이 됐다고 보도했다. 

나발나야는 현재 남편이 감옥에 있을 때 쓴 원고를 정리해 책으로 내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으며, 이 책은 오는 10월 미국 등에서 출간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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