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 주요국 증시가 사흘 연속 하락했다. 프랑스 총선이 일으킨 충격파가 계속해서 시장의 투자심리를 강하게 짓누르는 모양새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도 분위기를 반전시키지는 못했다.

유럽 지수인 STOXX600지수는 9일(현지시간) 전장보다 4.67포인트(0.90%) 떨어진 511.76에 장을 마감했다. 범유럽 지수는 한 달여만에 하루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특히 소매업이 1.65% 떨어져 하락세를 주도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사진=로이터 뉴스핌]

주요국 중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지수는 이날 118.79포인트(1.56%) 주저앉은 7508.66에 장을 마쳐 하락폭이 가장 컸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지수는 235.86포인트(1.28%) 내린 1만8236.19에, 영국 런던 증시의 FTSE100지수도 53.68포인트(0.66%) 떨어진 8139.81로 마감했다.

유럽 증시는 투자자들이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 낙관적 전망을 유지하면서 올 들어 약 7% 상승했지만 프랑스발(發) 악재가 추가 지수 상승을 막아서는 모습이다. 

실제로 프랑스 정치권의 불확실성은 이날도 계속됐다. 총선이 끝난 지 이틀이 지났지만 어느 정당(또는 연합)이 정부를 맡게될 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로이터 통신은 "의원들과 소식통들에 따르면, 총선에서 1·2위를 차지한 좌파연합과 중도연합이 서로 정부 구성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온라인 투자플랫폼 AJ벨의 러스 몰드 투자 이사는 "모두가 두려워했던 (극우)정당은 아니지만 원내 제1당을 차지한 좌파연합도 대단히 공격적인 정부 지출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중도연합이 이에 강력 반발하기 때문에) 프랑스 정치적 상황이 '기능 불능' 상태에 빠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시장의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의 발언의 의미를 분석 중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상원 은행위원회 반기 연례 연설에서 "지난 1분기에는 인플레이션 목표(2%)에 대한 진전이 부족했지만 최근엔 완만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2%로 꾸준히 향한다는 우리의 확신을 강화하는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상승만이 우리가 직면한 유일한 위험이 아니다"라면서 향후 발표될 지표와 리스크간 균형, 금리 조정의 적절한 정책 경로 등을 신중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 공개 이후 연준의 9월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커지는 추세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제 시장의 주요 관심사는 목요일에 발표될 미국과 독일의 소비자물가지표로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파비오 파네타 ECB 이사는 이날 "ECB가 현재의 인플레이션 하락을 위태롭게 하지 않으면서도 점진적인 금리 인하를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특징주로는 제약사 인디비어가 올해 수익 전망을 낮추고 조현병 치료제 페르세리스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36% 가까이 폭락했다. 석유회사 BP도 2분기에 최대 20억 달러의 손상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정제 마진 하락이 실적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면서 4% 이상 하락했다. 또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만드는 덴마크의 제약사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경쟁사인 미국의 일라이 릴리의 제품(젭바운드)이 더 큰 체중 감소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1.89%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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