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정부와 국회의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폐지 방침에 알뜰폰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다만 정부가 하반기 도매대가 인하를 추진하기로 한 만큼 알뜰폰업계도 이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는 모습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역동경제 로드맵 및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단통법 폐지 재추진과 도매대가 인하 방침을 밝혔다.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휴대폰 집단상가의 모습. [사진= 뉴스핌DB]

단통법 폐지 추진은 정부가 이동통신사 간 서비스 경쟁 활성화를 위해 추진해왔던 것으로 22대 국회의 다수를 차지한 더불어민주당도 찬성 의사를 밝혔다. 이에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단통법 폐지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알뜰폰업계는 그동안 단통법 폐지에 우려를 표시해왔다. 야당의 협조 전 정부가 단통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도입한 전환지원금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지난 6월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넘어간 번호이동 가입자수는 6만8729명으로 1월의 12만332명 대비 42.8% 줄었다.

반면 알뜰폰에서 이통사로 번호이동한 가입자수는 1월 4만2272명에서 6월 5만9276명으로 40% 이상 늘었다. 번호이동 시 기기변경보다 지원금을 상향할 수 있도록 하자 알뜰폰에서 이통 3사로 번호이동 가입자수가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정부와 국회가 단통법 폐지까지 추진한다면 알뜰폰이 이통사들 사이에서 경쟁력을 갖추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폐지로 중소 알뜰폰업체들은 직접적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통사들이 단통법 이전처럼 공격적인 서비스 경쟁을 한다면 영세 알뜰폰업체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고 토로했다.

반면 정부의 도매대가 인하 추진에 알뜰폰업계는 반색하고 있다. 알뜰폰은 이통사로부터 요금제를 도매로 구입해 소비자에게 소매로 판매한다. 도매대가가 낮을수록 알뜰폰의 수익은 증가하게 된다.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으로 도매제공 의무제도가 상설화됐다. 이에 기존에 의무제공사업자와 정부가 협상을 했지만 내년부터 도매대가 협상을 알뜰폰 사업자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도매대가 인하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올해 협상에서 도매대가 인하를 추진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이다.

알뜰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이통사의 요금제가 알뜰폰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져서 알뜰폰 이용자들이 이통사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도매대가가 인하된다면 알뜰폰에서 더욱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매대가 인하만으로 알뜰폰 업계의 경쟁력을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근본적으로 알뜰폰업계와 의무제공사업자 간 협의가 이뤄지는 만큼 사후 규제만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정상 중앙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도매대가 인하를 업계와 협의하는 것은 일시적이고 제한적으로 알뜰폰의 요금을 인하시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지만 알뜰폰의 근본적인 난국을 타개하는 데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며 "알뜰폰 활성화 정책은 도매대가 인하와 같은 주기적이고 임시방편적 땜질식 정책이 아니라 알뜰폰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자생력을 갖출 수 있으면서 이통 3사와 견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위한 설비 투자 방안, 단말기 공급과 유통의 다변화, 도매대가 산정방식 변화의 고려 등의 정책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종합적이고 실효성 있는 알뜰폰 사업 활성화 그랜드 플랜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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