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오는 8월부터 상급종합병원 임종실 이용료가 43만6000원에서 8만원으로 대폭 저렴해진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오후 '2024년 제13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이같이 논의했다고 밝혔다.

◆ 임종실 수가 신설…요양병원도 10만6000원→3만6000원 낮아져

개정 의료법에 따르면 올 8월부터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에는 1개 이상의 임종실이 의무 설치된다. 이날 건정심에서는 임종실 의무 설치에 따른 건강보험 급여 수가 신설 논의가 진행됐다. 

임종실 수가는 입원환자 본인부담률 20% 적용 시 상급종합병원 8만원, 요양병원(의료고도 환자 기준) 3만6000원 수준이 될 예정이다. 기존 임종실은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설치했고, 건강보험 급여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이용료가 상급종합병원 43만6000원, 요양병원 10만6000원 정도에 달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왼쪽 두번째)이 27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2024.06.27 sheep@newspim.com

우리나라 국민은 4명 중 3명이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지만 임종을 위한 공간이 마련된 의료기관은 많지 않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연도별 의료기관 내 사망현황은 2021년과 2022년 74.8%에서 2023년 75.4%로 소폭 증가했다.

올 4월 기준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요양병원 가운데 임종실이 없는 곳은 190여 곳 정도다. 정부는 이들 기관을 포함해 전체 266곳에 설치 의무를 부여해 환자와 가족이 함께 존엄하게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복지부는 "최근 고령인구 증가로 생애말기 존엄한 죽음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며 "생애말기 존엄한 마무리를 위한 인프라 확충의 일환으로 수가 개선을 추진했다"고 임종실 급여 수가 신설 배경을 설명했다.

임종을 앞둔 환자 및 가족 대상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의 팀 단위 임종기 돌봄 활성화를 위한 보상 강화안도 건정심에서 의결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임종관리료 등 보상 확대를 통해 호스피스 입원서비스 품질과 보조활동 인력, 팀 단위 돌봄 등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증소아 단기입원 병동인 서울대병원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 도토리하우스 [사진=보건복지부] 2024.06.27 sheep@newspim.com

보호자를 두지 않는 '소아 중증환자 단기입원 시범사업'은 다음 달부터 참여기관을 늘린다. 해당 시범사업은 소아환자 가족의 부담을 덜기 위해 보호자 없이 환자 혼자 입원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복지부는 최소 운영병상 기준을 현행 4병상에서 3병상 이상으로 완화해 참여기관 확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서울대병원과 칠곡경북대병원이 각각 16병상, 4병상을 운영 중이다. 연간 이용일수는 현행 20일에서 30일로 늘린다.

◆ 운영위 신설로 공공정책수가 효과 평가…건보 재정 추가 투입해 비상진료체계 지원 연장

이번 건정심에는 필수의료체계 공백 해소를 위한 보상체계 정비안도 의결됐다. 우선 건정심 산하 공공정책수가 운영위원회(가칭)를 설치해 분만 지역·안전정책수가, 소아 진료 정책수가 등 공공정책수가 효과를 평가하고 모니터링한다.

병원과 의원 유형의 내년 환산지수 결정 방향과 인상 재정 활용방안도 논의됐으나 최종 결정은 다음 소위로 연기됐다. 환산지수는 요양급여비용(건강보험 급여 가격)을 구할 때 필요한 수치로, 상대가치점수와 환산지수를 곱하면 최종 요양급여비용이 나온다. 

앞서 병·의원을 제외한 치과·한의·약국·조산원·보건기관 5곳의 환산지수는 지난달 건강보험공단과 의약단체 대표의 요양급여비용 협상을 통해 결정된 바 있다. 당시 재정운영위원회는 협상이 결렬된 병·의원의 경우 환산지수 인상에 투입되는 재정 상당분을 원가 대비 보상이 낮은 필수의료 행위 유형에 추가 보상하는 방향으로 활용하도록 결정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27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대기실이 일부 교수의 진료 축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4.06.27 choipix16@newspim.com

복지부 관계자는 "환산지수를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유지한다면 필수의료에 대한 투자를 늘려도 불합리한 보상 격차는 계속 확대된다"며 "앞으로도 의료계와 논의를 거쳐 근본적인 수가 구조 개편을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건정심은 '비상진료체계 건강보험 지원방안'을 연장해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중증·응급환자 진료 공백을 해소하겠다고 결정했다. 정부는 지난 2월부터 매달 약 189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해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해당 지원안은 비상진료기간 동안 중증환자가 입원하거나 경증환자가 병·의원급으로 회송되는 경우 보상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응급실 내 의료행위도 강화된 보상 적용 대상이다. 전문의는 중환자 및 입원환자를 진료하면 정책지원금을 받는다.

이번 연장 결정으로 비상진료체계 유지에 투입된 건강보험 재정은 1조원에 육박한다. 건보재정 활용 정당성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의 진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중증·필수의료 분야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한 사안에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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