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달러/엔 환율이 26일(현지시간) 160엔을 뚫고 상승하면서 엔화가 지난 1986년 이후 가장 약해졌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유지되는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Fed)에서 매파 발언이 나오자 160엔을 테스트하던 엔화는 결국 심리적 저항선을 넘었다. 시장에서는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 가능성이 커졌지만 근본적인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엔화 약세 추세가 반전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강하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이날 오전 8시 29분 달러/엔 환율은 전장보다 0.40% 오른 160.32엔을 기록했다. 이날 엔화는 지난 1986년 12월 이후 가장 약했다.

엔화가 달러당 160엔을 넘어서자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현재 일본 엔화 약세는 정당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당국이 최근 통화의 빠른 움직임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 직후 달러/엔 환율은 장중 저점인 160.00엔까지 후퇴했다가 이내 다시 160.48엔까지 레벨을 높였다.

이에 대해 아젠텍스의 조 터키 외환 분석 책임자는 "아마도 몇 개월 전에는 시장이 이 같은 발언에 좀 더 주의를 기울였겠지만 금리 변화로 지지가 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달러/엔 환율은 13%대 상승하며 엔화 약세를 반영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5.25~5.50%인 반면 일본의 금리는 0~0.1% 수준이다. 일본은행(BOJ)은 지난 3월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려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종료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미국 등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긴축 정책을 취하면서 금리 차가 벌어졌다. 

초 완화정책을 유지해 온 일본 통화당국이 예상보다 느린 정책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는 점은 일본 엔화를 약하게 하는 요소다. 최근 통화정책 회의에서 BOJ는 국채 매입 축소 발표를 미루며 시장 참가자들을 실망하게 했다.

일본 엔화.[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06.26 mj72284@newspim.com

반면 올 초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기대됐던 연준은 예상보다 고착된 인플레이션에 정책 완화를 망설이고 있다. 전날 공개 발언에 나선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올해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고, 인플레이션이 재점화할 경우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준비까지 돼 있다고 밝히며 미 달러화 추가 강세 재료를 제공했다.

연준은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올해 1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금융시장은 연준이 오는 9월과 12월 총 2차례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본다. 다만 오는 11월 미 대선이 예정돼 있어 연준이 11월 전에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는 전망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엔화가 160엔을 뚫으면서 일본 당국의 개입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지만 실질적으로 엔화의 방향을 바꾸는데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본 외환당국이 개입에 나서더라도 근본적으로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좁혀지지 않는 한 당분간 추세가 반전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터키 분석가는 "금리 차의 기조적인 변화가 없다면 그것(엔화)은 계속 약세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엔화 변동성이 비교적 낮은 상태라 일본 통화당국이 당장 공격적인 개입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방코 빌바오 비스카야 아르헨타리아 은행(BBVA)의 로베르토 코보 가르시아 주요 10개국(G10) 외환 전략 책임자는 "연말 달러 수요와 변동성이 계속 제한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당국은 다시 한번 개입하기 전에 좀 더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르시아 전략가는 "다시 개입하기 위해서는 변동성이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달러/엔 환율이 170엔까지 오르는 상황을 염두에 둬야한다고 조언한다. 스미토모 미쓰이 DS 자산운용과 미즈호 뱅크는 이 같은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고 있다. ATFX 글로벌 마켓의 닉 트위데일 분석가는 "달러/엔 환율이 빠르게 170엔까지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서 "단기 개입은 통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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