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뉴스핌] 이경태 기자= 플라스틱 재활용 용기 생산 재료인 페트(PET)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이 고사 위기에 처하게 됐다. 지난 5월 중국 저가 페트 수입량이 두배로 급증하면서 국내시장이 70% 가까이 잠식된 상황이다.

26일 <뉴스핌>이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의 페트 수입을 추적 분석한 결과, 중국산 페트 수입이 지난달 들어 2만9995.8톤(2733만달러)으로 1만5762.7톤(1446만2000달러)이던 전월과 비교해 90% 가량 급증했다.

국내 재생 용기 산업에서 한 달 페트 수요량이 4만5000톤 가량되는 상황에서 최근 한달 새 중국산 페트 점유율이 35%에서 67%로 확대된 것이다(그래프 참고).

페트 재생산업을 키우기 위해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전국 공동주택에서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에 나섰다. 앞서 2019년 12월부터는 음료·먹는 샘물에 유색페트병을 금지하고 2020년 12월부터는 상표띠 없는 먹는 샘물을 허용한 바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지난해 1월 식품용 투명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물리적으로 재생된 원료를 식품용기 제조에 사용할 수 있도록 처음으로 인정하며 페트 재생 시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완화했다.

국내 페트 재생 기업이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겉과 속은 딴판이었다. 낮은 원가를 앞세운 중국산 페트 수입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월별 중국산 저가 페트 수입규모를 보면 2020년 9만8866.4톤(7009만3000달러), 2021년 10만8593.9톤(1억754만8000달러), 2022년 11만6152.3톤(1억3425만달러), 2023년 15만8547.7톤(1억5278만5000달러) 등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난달과 같이 월 3만톤 가량 수입되거나 늘어날 경우, 올해에는 수입량이 30만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월 수요량을 비교하면 올해 중국산 저가 페트 점유율은 55.8%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재활용 용기 생산에 이용되는 페트 모습 [사진=뉴스핌DB]

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저가 중국산 페트 덤핑 수입으로 인한 국내 산업 피해를 우려해 잠정덤핑방지관세 6.62~7.83%를 부과해야 한다고 예비판정을 내렸다. 무역위는 지난 11일 이 같은 내용을 기획재정부에 권고했다.

문제는 정부의 대응 조치가 늦어질 경우 국내시장이 빠르게 잠식되어 '제2의 요소수' 사태가 재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재생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페트 생산 기업은 단 2곳이고 중국산 저가 페트 수입으로 한 기업은 공정률이 50%로 떨어졌고, 또 한 기업은 80%수준으로 낮아졌다"며 "정부가 재생페트 산업을 키우겠다고 정책을 만들고 규제를 완화했지만 정작 국내 기업이 고사 위기에 처해있을 뿐더러 이렇게 되면 생산기업이 없어 위기를 초래했던 요소수 사태를 재현할 수 있을 것"으로 지적했다.

그는 "5월의 경우, 잠정관세 부과 가능성 때문에 수입업체에서 일부 물량을 더 끌어온 부분도 있으나 페트 재생은 확대되는 만큼 저가 중국산 페트 수입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정부가 무역위의 잠정관세 권고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보수적인 측면도 있어서 잠정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면 국내 기업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역위 관계자는 "국내 산업의 피해가 이미 현실로 다가왔고 앞으로도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예비판정에서 잠정관세 부과를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잠정관세 부과와 관련 실무 판단을 내릴 것"이며 "법정기한에 따라 다음달 중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