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해외 업체로 이직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D램 반도체 핵심기술 등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연구원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오세용 부장판사)는 21일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전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이모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및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하고 24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스핌DB]

이씨 측은 업무에 활용하기 위해 개인 이메일로 자료를 전송한 것이고 유출한 자료들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유출한 자료는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상당히 높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반도체 기술 내용을 담고 있어 해외로 유출될 경우 반도체 사업의 비중이 큰 우리나라 경제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며 "피고인은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유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미국 내 반도체 관련 회사로 이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D램에 관한 기술이 집약된 자료를 몰래 자신의 개인 이메일로 유출한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다년간 연구 성과물과 영업비밀이 들어가 있고 국가핵심기술 자료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유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3개월간 반복해 120건의 자료를 유출했다"며 "삼성전자가 범행을 적발한 때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범행을 부인하며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피고인이 유출한 자료는 외부에 유출되지 않았고 피고인의 개인 이메일에 보관돼 있다가 모두 회수되거나 삭제돼 다행히 삼성전자에 유출로 인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다"며 "빼돌린 삼성전자의 기술정보를 다른 회사에 제공하기로 약속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삼성전자는 D램 관련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 자료에 대해 영업비밀로 엄격하게 관리했지만 자료 취급자에게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사전 고지했거나 유출 방지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며 "이러한 점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씨는 삼성전자에 재직하던 지난 2022년 3~6월 해외 소재 반도체 관련 업체에 이직할 목적으로 'D램 반도체 적층조립기술' 등 국가핵심기술 13건과 'D램 반도체 사업화 전략 자료' 등 영업비밀 120건을 개인 이메일로 전송해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당시 삼성전자 미국 주재원으로 근무하다 본사 복귀를 앞두고 애플과 구글, SK하이닉스 미주법인 등에 이직하기 위해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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