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회사 자금 약 229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성훈 전 백광산업 대표가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로 감형받아 풀려났다.

서울고법 형사3부(이창형 부장판사)는 2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대표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 회계 담당 임원 박모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양벌규정으로 기소된 백광산업 법인에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은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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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김 전 대표에 대해 "개인적으로 소유한 건물의 관리비용과 세금, 자녀 유학비까지 회사 자금으로 충당한 횡령·배임 범행은 매우 일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이고 발각되기 전까지 피해금액을 전혀 변제하지 않았다"며 "다수 주주의 존재를 고려할 때 상장법인인 피해 회사 자금을 자신과 가족의 개인금고처럼 사용한 범행은 다수 투자자의 이해관계와 상장법인의 재무상태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라는 점에서 가벌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 발각을 염려한 임원들이 수차례 만류했는데도 피고인은 멈추지 않고 계속 범행했다"며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엄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피고인이 11개월가량 구속된 데다 모든 양형요소를 고려하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다소 무거워 부당하다고 판단된다"며 김 전 대표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가 수사 단계부터 대부분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동종전력이나 전과가 없는 점, 입사 전부터 부친의 횡령·배임이 이미 상당 정도 이뤄져 특별히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하고 범행으로 나아간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또 "횡령 범행으로 회사가 입은 피해를 전액 변제했고 배임으로 인한 피해액은 골프장·콘도 회원권 처분으로 전부 회복됐다"며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전문경영인 대표를 선임하고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을 것을 확약하는 등 지배구조개선을 위해 노력한 점도 양형에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 전 대표는 2010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백광산업 자금 약 169억원을 현금으로 인출한 다음 본인과 가족의 신용카드 대금, 각종 세금 납부를 위해 소비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본인과 가족의 해외여행 항공권이나 숙박비 등 20억원 상당의 경비를 회사 법인카드로 결제하거나 여행비, 가구비, 골프채, 소득세 등 10억원을 회사 자금으로 대납해 합계 207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대표는 회사 자금으로 22억원 상당의 골프 및 콘도 회원권을 구입해 사적으로 이용하는 등 업무상배임 혐의, 이 과정에서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하고 사업보고서를 거짓 기재한 혐의도 있다.

백광산업은 막힌 배수관을 뚫는 '트래펑' 제조사로 유명한 코스피 상장사다. 김 전 대표의 횡령·배임으로 백광산업은 지난해 7월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됐다가 올해 4월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 상장유지를 결정하면서 거래가 재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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