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국회의원들에게 이른바 '쪼개기 후원'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현모 전 KT 대표가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기부 과정에서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는 무죄로 뒤집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김용중 김지선 소병진 부장판사)는 19일 구 전 대표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과 같이 벌금 700만원을, 업무상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1심의 벌금 300만원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국회의원들을 '쪼개기 후원'한 혐의로 기소된 구현모 KT 대표가 2022년 4월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04.06 hwang@newspim.com

재판부는 "검사는 이모 씨(대관 담당 임원) 등이 KT 자금으로 부외자금을 조성하고 피고인(구 전 대표)이 건네받아 기부금으로 제공해 횡령했다고 기소했으나 경위를 봤을 때 부외자금을 사용한 시기가 아니라 조성한 시기에 업무상횡령죄는 기수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은 기부금 송금 시점을 횡령 시점으로 기소했는데 이 사건은 통상 부외자금 조성과 달리 먼저 자금을 마련한 다음 사후에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며 "이렇게 볼 경우 사후 대금 지급 행위를 횡령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피고인과 이씨 등 사이에 공모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날 선고는 구 전 대표가 법정에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됐다. 형사소송법 제277조에 따르면 법원의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한 사건은 판결을 선고할 때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구 전 대표는 20대 총선 이후인 2016년 9월경 KT 부사장급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국회의원 13명의 후원회에 자신 명의로 100만원씩 총 1400만원의 정치자금을 불법 기부해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KT 대관 담당 부서인 CR부문 임직원들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 사이 상품권 대금을 지급하고 할인된 금액의 현금을 되돌려 받는 소위 '상품권 깡' 방식으로 부외자금을 조성해 국회의원 99명에게 약 4억3800만원을 불법 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 전 대표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0만원, 업무상 횡령 혐의로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고 불복해 정식 재판을 받았다.

1심은 구 전 대표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700만원, 업무상횡령 혐의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도 각각 벌금 1000만원과 500만원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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