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특수강도 혐의로 수감됐다가 병원 치료를 받으러 나온 사이 도주해 약 63시간 만에 검거된 김길수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2부(박영재 황진구 지영난 부장판사)는 19일 특수강도·도주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강도 범행에 사용된 최루액 스프레이는 위험한 물건에는 해당될지언정 특수강도죄의 흉기에는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과 마찬가지로 특수강도죄가 아닌 일반강도죄를 인정했다.

이어 "다만 피고인은 강도 범행으로 체포돼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던 중 일부러 숟가락을 삼켜 병원으로 이송된 다음 교도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주까지 했다"며 "범행 수법이 매우 대담하고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이미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고, 누범기간 경과 후 단기간 내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 범행의 내용과 경위, 결과 등 여러 양형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심의 형량은 지나치게 무겁거나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서울구치소 특수강도 피의자 김길수 환복 후 도주 당시 모습 [사진=법무부 제공]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9월 11일 도박빚을 갚을 돈을 마련하기 위해 불법자금 세탁을 의뢰하는 것처럼 거짓으로 연락한 뒤 현금을 가지고 나온 피해자에게 최루액 스프레이를 뿌리고 7억4000만원이 든 돈가방을 빼앗아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경찰에 체포된 김씨는 구치소에서 플라스틱 숟가락 일부를 삼킨 뒤 복통을 호소했고 이후 외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교도관들을 따돌리고 도주했다.

김씨는 안양, 양주,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노량진 일대 등을 돌며 은신하다 결국 경찰에 의해 약 63시간 만에 경기도 의정부에서 검거됐다. 이후 검찰은 김씨를 도주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도박빚을 갚기 위해 계획적으로 거액의 현금을 강취하는 범행을 저지른 점, 미리 최루액 스프레이를 준비한 점 등에 비춰볼 때 범행수법의 죄질이 좋지 않다"며 "게다가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던 중 일부러 숟가락을 삼켜 교도관의 감시가 느슨해진 틈을 타 도주했다. 잘못을 제대로 참회하려는 모습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루액 스프레이는 피해자를 살상하려는 목적이 아닌 피해자의 반항을 일시적으로 억압해서 재물을 쉽게 강취하려는 목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형법에서 말하는 흉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특수강도죄가 아닌 일반강도죄를 인정하고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에 쌍방이 불복해 항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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