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연합뉴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시리즈가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덴마크 정부가 이 제품들에 대한 '리콜' 조치를 단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과 유럽 간 매운맛에 대한 인식 차이에 따른 것으로 국제 사회는 이번 리콜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덴마크 정부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시리즈 제품 3종에 대해 리콜 조치를 내렸다. 

 

덴마크 수의학·식품청은 해당 제품들의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 함량이 높아 소비자가 급성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진= 연합뉴스)


18일 삼양식품에 따르면 해당 제품의 품질에 문제가 있어 리콜 조치한 것이 아니라 너무 매워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덴마크 식약처에서 자체적으로 리콜 조치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리콜은 제품 내 캡사이신 함량이 문제가 되어 발생했다. 덴마크 정부는 완제품 중량을 기준으로 캡사이신 함량을 잘못 계산했다는 이유를 들어 소비자들에게 제품 반품을 권고하고 나섰다.

제품 중 면에는 캡사이신 성분이 없고 스프에만 들어 있는데 덴마크 정부는 액상스프가 아닌 완제품 중량으로 캡사이신 함량을 측정했다는 것이 삼양식품 측 입장이다.

삼양식품은 이에대해 해당 제품의 캡사이신 함량이 실제로는 훨씬 낮다며 반박하고 있고 국내 전문 기관과 협력하여 정밀 분석을 진행 중임을 밝혔다.

◇ 캡사이신 과다? 덴마크와 삼양식품의 입장 차이

덴마크 수의학·식품청은 '핵불닭볶음면 3×Spicy(3배 매운맛)', '핵불닭볶음면 2×Spicy(2배 매운맛)', '불닭볶음탕면'에 대해 급성 중독 가능성을 제기하며 소비자들에게 폐기 혹은 반품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라면 한 봉지에 든 캡사이신 수치가 높아 소비자가 급성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고 덴마크 수의학·식품청 측은 밝혔다.

덴마크 수의학·식품청은 '핵불닭볶음면 3배 매운맛'의 면을 포함한 전체 중량 140g을 기준으로 총 캡사이신의 양을 113㎎으로 측정했다. 액상스프 중량은 31g이다. 

 

삼양식품은 액상스프만을 기준으로 해당 제품의 캡사이신 함량을 자체 계산한 결과 25.7㎎로 덴마크 정부 계산에 비해 4배가량 적게 측정됐다.

이는 스코빌 지수를 기준으로 한 캡사이신 함량 계산 결과에 따른 것으로 삼양식품은 이러한 방법론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삼양식품측은 EU 식품법규 내 캡사이신 함량 관련 명확한 규정이 없기에 캡사이신 함량을 이유로 특정 식품을 규제하거나 리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매운 맛에 대한 각 나라 국민의 기질이 다르기 때문에 문화적 다양성 측면에서 사안을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다. 덴마크 정부의 최종 결정 여부는 아직 불확실한 상태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현재 국가 공인 검사기관에 캡사이신 함량에 대한 분석 의뢰를 했으며, 공식적인 검사 결과 및 현지 관련 규정 등을 면밀히 파악 후 이번 리콜 조치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현지 소비자들의 반응

불닭볶음면 시리즈는 해외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며 챌린지를 유행시킨 상품이다. 

 

국내 한 언론매체에 따르면 일부 현지 소비자들은 정부의 조치에 불만을 표출했으며 리콜 사실을 모르고 마트를 찾았다가 발길을 돌리는 사례도 있었다.

인터뷰에 응한 한 소비자는 판매 금지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며 소비자가 얼마나 맵게 먹을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규백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는 "덴마크 당국의 조치가 극단적인 사례까지 가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양식품 측은 현재 해당 제품들은 전세계에 수출 중이나 이 같은 이유로 리콜 조치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현지 규정을 면밀히 파악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BBC방송데 따르면 이 공지가 덴마크 내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 토론거리가 되었고 네티즌들은 덴마크인들이 향신료에 대한 내성이 약하다고 주장했다.

불닭볶음면은 현재 미국에서도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삼양식품의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7% 오른 385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해외 매출은 같은 기간 83% 증가한 2889억원을 기록했다.

이날 삼양식품은 5거래일 연속으로 오르면서 개장 직후 주가가 70만원까지 상승하면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덴마크 리콜 사건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 덴마크 정부와의 리콜 공방전 지속


최근 불닭볶음면을 비롯한 한국 라면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유럽 시장으로의 국내 라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9.5%나 크게 증가하는 등 한국 라면의 해외 인기는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덴마크 정부와 삼양식품 간의 불닭볶음면 리콜 공방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만약 보수적인 유럽 시장에서 유사한 사례가 반복된다면 수출 확대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라면 업체들은 해외 소비자의 기호를 고려해 현지 전용 제품을 개발하는 등 문화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또 삼양식품의 반박으로 덴마크의 리콜 결정이 번복된다면 국내 라면 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