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초계기·레이더 갈등 문제의 재발 방지를 위해 문서를 교환하는 명문화 조치에 합의했다.

다만 '레이더를 조사(照射)하지 않았다'는 한국과 '레이더 조사를 당했다'는 일본의 입장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재발 방지'라는 '봉합' 조치가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상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21회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참석을 계기로 1일(현지시간) 양자 회담을 한 후 공동 언론 발표문을 통해 합의사항을 밝혔다.

신원식(왼쪽 네번째) 한국 국방부 장관과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상(첫번째), 김지훈(준장·세번째) 해군본부 정작참모부장, 다케나카 노부유키(소장) 해상막료감부 방위부장이 6월 1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아시아안보회의 참석 계기로 열린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국방부]

한일 국방장관은 지난 1년 동안 초계기 갈등의 재발 방지를 위해 실무급 협의를 진행해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양측 함정·항공기 간 통신 절차와 본부 차원의 소통 방안을 포함한 합의문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한일 국방장관은 "향후 서명에 필요한 행정 절차를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면서 "앞으로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평시 해상에서 조우할 때 합의문을 준수해 작전활동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일 국방장관은 "합의사항들에 대한 이행 현황은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뿐만 아니라 한일 국방 당국 간 정례협의체를 통해서도 점검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 초계기·레이더 갈등은 2018년 12월 동해에서 조난한 북한 어선을 수색하던 한국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함정 근처로 날아온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사했다고 일본 측이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한국 측은 레이더 조사는 없었으며 오히려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 근처에서 위협 비행했다고 반박했다. 한일 양측 간의 이러한 갈등의 골은 깊어졌고 국방 당국 간 교류도 전면 중단됐다.

그러다 윤석열 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일 정상 간 교류가 강화되면서 2023년 6월 샹그릴라 대화에서 열린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초계기·레이더 갈등의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합의한 재발방지 대책은 국제규범인 '해상에서의 우발적 조우 때 신호 규칙'(CUES)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한일 양측은 안전 확보를 위해 함정과 항공기 간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조우한 함정 혹은 항공기 방향으로 함포와 미사일, 사격통제 레이더, 어뢰 발사관 등을 조준해 공격을 모의하는 행위는 피한다는 CUES 규정을 준수하기로 했다.

한일 국방장관은 국방 당국 간 상호 신뢰 제고와 대화 활성화를 위해 ▲한일 국방 차관급 회의 연례화 ▲한일 국방정책실무회의 재개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 간 고위급 교류 재개 등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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