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김태영 기자] 증시에 K뷰티가 돌아왔다. 밸류체인을 가리지 않고 화장품주들이 일제히 들썩거리고 있다. 화장품 수출 호조로 실적이 탄력을 받은 점이 투자심리를 개선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1분기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1.7% 증가한 23억 달러(약 3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한동안 뷰티기업들이 중국시장 영업환경 악화로 고전했지만 일본, 미국 등 다양한 지역에서 수출이 활기를 띄면서 호황을 맞이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코스피 1호로 증시에 오른 에이피알도 최근 주가가 탄력을 받고 있다. 공모 과정에서 기대와 달리 상장 직후 주가가 부진했지만 5월 들어 반등에 나서면서 공모수익률도 플러스로 돌아섰다.

에이지알이 주력으로 공략하고 있는 건 홈뷰티 디바이스 시장이다. 뷰티와 테크를 결합해 디바이스의 우수한 효과와 높은 가격 경쟁력 및 접근성을 구현해 내고 있으며, 이를 무기로 기존 화장품과 전문케어 사이에서 고민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고들고 있다. 여기에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면서 성장동력도 강화하고 있다. 에이지알은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전 지역에서 뷰티 디바이스와 화장품이 고른 성장을 보인 덕분에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대비 20%가량 성장했다.

#2월 코스피 1호로 증시 입성…4월 바닥찍고 주가 반등=에이지알은 국내 홈 뷰티 디바이스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올해 2월 증시에 입성했다. 탄탄한 실적을 갖춘데다 코스피 1호 주자로 증시의 관심이 집중됐다.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하면서 공모가를 밴드상단 보다 25% 높은 25만원에 확정했으며, 1000억원에 가까운 딜을 성사시켰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663대 1을 기록했고 청약은 1000대 1을 넘겼다.

올해 IPO시장의 첫 대어였고 공모흥행에 성공한 만큼 상장 첫날 주가흐름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모였다. 하지만 코스피 주권 거래 첫날 장대음봉을 그리면서 주가가 크게 밀렸고 이후에도 지지부진한 흐름은 지속됐다. 증권가에서는 오버행 이슈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했다. 상장일 유통물량이 35% 수준으로 적지 않았던데다 상장 2개월만에 추가적으로 20%가 넘는 지분이 보호예수에서 풀리면서 4월부터는 유통물량이 60%에 이르는 점이 부담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에이피알은 4월 바닥을 찍고 반등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현재 공모가 위로 주가를 회복했다. 5월 23일 종가 기준 공모수익률은 32.6% 수준이다. 뷰티 기업들이 일제히 상승세에 올라탔고 수출호조로 에이피알의 1분기 실적도 기대치를 상회했다. 최근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 3인은 책임경영 차원에서 32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에이피알의 뷰티 디바이스 '부스터 프로'. 사진=회사 홈페이지 에이피알의 뷰티 디바이스 '부스터 프로'. 사진=회사 홈페이지

# 168만대 판매한 뷰티 디바이스...자사 화장품과 함께 매출 끌어올려 = 에이피알은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인 ‘메디큐브’ 외에도 화장품 ‘에이프릴스킨’, 향수 ‘포맨트’, 효소, 쉐이크를 취급하는 ‘글램디바이오’, 의류 ‘널디’ 등 다양한 브랜드를 갖고 있다. 최근 성장을 이끌고 있는 분야는 단연 뷰티다. 뷰티 디바이스의 매출비중이 45%로 가장 높고, 화장품 및 뷰티 사업이 44%를 차지하고 있다.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인 메디큐브는 2021년 홈뷰티 디바이스 ‘에이지알’을 론칭한 이후 2023년 말까지 168만대를 판매했다. 에이피알은 뷰티테크 기업으로 정체성을 설정하고 아시아에서 북미까지 시장을 확대했다. 특히 자사의 뷰티 디바이스와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화장품을 함께 구성해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디바이스 사업을 본격화한 이후 회사의 외형과 이익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에이피알은 자체 유통망을 통해 해외로 진출하며 성장성과 수익성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5000억원대 기업으로 도약했다. 영업이익률의 경우 디바이스 출시 전 5% 안팎에 머물렀지만 2022년 9.9% 2023년 19.9%로 껑충 뛰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도 18.7%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현재 에이피알은 미국, 중국, 일본, 홍콩 등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매출 비중은 56%, 해외 매출 비중은 44%다. 글로벌 시장의 경우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전 지역에서 뷰티 디바이스와 화장품이 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 지속되는 신제품 출시...제2공장 통해 연간 800만대 생산 목표 = 뷰티 디바이스 대표 제품은 작년 하반기에 출시한 ‘에이지알 부스터프로’다. 회사가 기존 출시했던 제품들의 성능을 한 기기에 합친 것이 특징이다. 기기 하나로 광채, 탄력, 볼륨, 모공, LED, 진동케어 등 6가지의 케어를 한 번에 할 수 있다.

지난 3일에는 고주파(RF) 디바이스 신제품 ‘에이지알 울트라 튠 40.68’을 런칭했다. 40.68MHz의 고주파를 통해 별도의 젤이 없더라도 콜라겐을 생성할 수 있다는 게 제품의 특징이다. 기존 가정용 기기의 고주파는 0.5~3MHz 정도다. 1초에 4,068만회의 고주파를 통해 피부 탄력을 회복시킨다. 추가적으로 올해에 고강도 집속 초음파(HIFU)를 활용한 신제품을 추가로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에는 7월, 해외에는 9월에 런칭된다.

회사는 지난해 금천구에 처음 건설한 공장에 이어 지난 7일 평택에 두 번째 공장을 건설했다. 현재는 대표 제품인 ‘부스터 프로’와 ‘울트라 튠 40.68’의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5000개씩 12개 라인의 확충을 통해 2025년까지 연간 최대 8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 견조한 실적 유지... 해외 뷰티 디바이스 매출 401% 상승 = 올해 1분기 실적은 연결 매출액 1,489억원과 영업이익 278억원을 거뒀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1.9%와 19.7% 성장했다. 특히 미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신제품 ‘부스터프로’의 성공적인 런칭으로 뷰티 디바이스 매출액이 30% 상승하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해외 매출액도 크게 상승했다. 뷰티 디바이스는 전년 동기 대비 401%, 화장품은 96% 상승했다. 주력인 미국시장의 매출액은 196% 상승한 248억원을 기록했다.

한화투자증권 한유정 연구원은 “패션 사업부의 부진은 아쉽지만 핵심 사업부인 뷰티디바이스, 화장품의 성장은 기대 이상”이라며 “제품, 국가 화장 모두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실적 가이던스로 매출액 8000억원과 영업이익 1600억원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