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대통령실이 지난 22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으로 촉발된 6월 공매도 재개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다시 한번 '정책 엇박자'가 도마에 올랐다. 시장에선 정책 엇박자로 공매도 혼선을 일으켰다고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애초 공매도 전면 금지 과정에서 금융당국 수장들이 패싱당했다는 전언이 나와 눈길을 끈다.

23일 금융권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정부가 한시적 공매도 금지를 발표할 당시 금융당국과는 사전 조율과정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발표 직전 대통령실로부터 공매도 금지 내용을 전달받았고 '전면 금지'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공매도 한시적 금지 발표 전 대통령실로부터 (공매도 금지와 관련 내용을) 전달받고 발표 전 금융위의 입장을 대통령실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5일 주말 오후 금융위원회는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기자단에 공지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브리핑은 금융당국 두 수장인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맡았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023년 11월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매도 전면 금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2023.11.05 leehs@newspim.com

김 위원장은 당시 브리핑에서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와 관행화된 불법 공매도 행위가 시장의 안정과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 하에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공매도 금지기간 중 정부는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공매도 제도 전반에 걸쳐 전향적인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전격 발표한 '공매도 전면 금지'는 총선을 6개월 여 앞둔 시점에서 포퓰리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금융당국이 막판까지 신중론을 고수했지만 입장을 선회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이복현 원장 역시 공매도 금지는 꼭 필요한 시장 조치였다고 피력했지만 이전 공매도의 완전 재개 시기를 저울질했던 과거 발언과 비교하면 입장이 180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후 연초 개각에선 김 위원장이 공매도 한시적 금지와 관련 부정적인 의견을 내면서 교체 대상에 올랐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이번에는 이복현 원장이 소신 발언을 했다가 대통령실로부터 제지를 당했다.

이 원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인베스트 K-파이낸스' 투자설명회(IR)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인 욕심이나 계획은 6월 중 공매도 일부 재개를 하는 것"이라며 "6월 재개와 관련해 기술적·제도적 미비점이 있더라도 이해관계자 의견을 들어 어떤 타임 프레임으로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시장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22일 "이복현 원장의 개인적인 희망"이라고 일축하면서 "불법 공매도 문제를 해소하고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질 때까지 공매도는 재개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고 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공매도 금지 도입 당시엔 대통령실과 금융위원회 입장이 엇갈렸다면 이번에는 공매도 재개 여부를 놓고 대통령실과 금융감독원 입장이 어긋난 상황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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