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전공의(인턴·레지던트) 병원 이탈이 3개월을 넘어서며 진료와 수술을 줄인 대형병원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전국 의대 교수들이 1주일 집단 휴진을 포함해 보다 강경한 투쟁 방안을 검토하는 등 의정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대형병원의 매출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 빅 5병원 하루 평균 10억원대 손실...마이너스 통장 한도 늘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행동에 나선지 3개월이 도래하는 2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전공의는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미수련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지연된다. 2024.05.20 choipix16@newspim.com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500개 이상 병상을 보유한 전국 주요 수련병원 50곳의 수입이 지난해 2조6645억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2월~3월)에는 2조2407억원으로 약 4238억원(15.9%)이 감소했다. 평균 84억8000만원이 줄어든 수치다. 외래환자는 전공의 이탈 후 전년 동기 대비 13.9% 감소했다.

전체 의사 중 약 39%가 전공의인 '빅5 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의 손실은 하루 평균 10억 원대에 달한다.

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병원은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의사 외 직군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단행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2월 20일부터 3월 말까지 40일 동안 51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달 말 기존 500억원 규모였던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를 2배 늘렸다. 병동 간호사를 중심으로 무급 휴가도 신청받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의사를 제외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 휴가를 시행하고 있다.

지방 병원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충북대 병원은 병상 가동률이 평소에 비해 40% 대로 떨어진 상태다. 전공의 151명 가운데 148명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출근을 거부하고 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은 지난달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직원 급여 지급이 어려운 상황으로 휴원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관계자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병원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점점 더 강도 높은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며 "무급 휴직 기간이 늘어나고 있고, 휴직자가 돌아올 자리가 없어지는 상황도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의정갈등 격화...사직 이어 의료계 1주일 휴진 등 강경 대응 예고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행동에 나선지 3개월이 도래하는 2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전공의는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미수련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지연된다. 2024.05.20 choipix16@newspim.com

의대 정원 증원을 고수하는 정부와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는 의료계의 갈등은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지며 대형 병원의 경영에 난항이 예상된다.

19개 의대가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오는 이날 오후 7시 온라인 총회를 열고 근무시간 재조정 등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전의비는 기존 '주 1회 휴진'을 강화하거나 '1주일 휴진'까지 검토 중이다. 교수들의 물리적·체력적 한계 등을 감안해 주 4일 근무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1주일 집단 휴진이 현실화하면 전의비 소속 50개 병원이 1주일간 진료·수술 등을 멈추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진다. 구체적인 총회 결과는 다음날인 24일 최창민 전의비 위원장(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이 서울아산병원 의대 강의실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의료 인력에도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부의 '사직서 수리 금지' 방침에도 의대 교수의 사직서를 수리한 곳도 나오고 있다. 충북대병원은 최근 김석원 정형외과 임상교수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충북대의대 비대위 소속 김석원 정형외과 교수는 "한 달 넘는 기간 동안 싸움을 이어갔지만 지칠 대로 지쳐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며 "전공의들이 전문의로 성장하고 모습에서 교수는 보람을 찾는 데, 대학교수로서 할 일을 못 한 지 세 달이 넘어가고 의대 정원 200명이 되면 학생들을 가르칠 자신도 없다"고 밝혔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