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근로자들의 동의 없이 사원협의회 회비를 일괄 공제해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삼성 계열사 대표이사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1부(양지정 엄철 이훈재 부장판사)는 23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구본열 전 삼성화재 애니카 손해사정 대표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pangbin@newspim.com

재판부는 "단체협약에 근거해 특별한 이의 없이 상당기간 회비를 공제해 온 사정을 보면 기존 공제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임금을 미지급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구 전 대표에게 회비 공제에 대한 근로자 동의 여부 등을 점검할 의무가 있지만 해당 의무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후 설립된 노동조합이 2020년 3월경 소속 근로자의 자필 서명을 첨부해 기존 사원협의회 회비 공제의 중단을 요청했다면 사용자인 피고인은 즉시 사원협의회에 해당 근로자의 탈퇴를 요청하고 기존 회비 공제가 근로자 동의에 의한 적법한 것인지 점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공제 중단을 요청했던 노조 역시 사원협의회에 조합원 명단을 제공하지 않도록 회사에 요청한 사정을 감안하면 곧바로 피고인에게 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구 전 대표는 지난 2020년 3월부터 8월까지 직원 6명의 임금에서 사원협의회 회비 명목으로 매달 1만1000원~1만8000원가량을 일괄 공제해 총 50만6000원을 미지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사원협의회가 20여년간 노조 설립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식 노조로 볼 수 없고 일부 사원들이 반대했는데도 동의 없이 회비를 공제했다며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반면 구 전 대표 측은 사원협의회가 설립 신고만 하지 않았을 뿐 독립성을 갖춘 법외노조이기 때문에 회비 공제가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또 사원협의회가 노조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조합원 측 동의가 있었고 임금 체불의 고의도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1심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임금 전액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고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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