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국민연금에 대한 청년층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낸 만큼만 받는' 완전적립식 방식의 신연금을 도입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현재 국민연금 제도를 '구(舊)연금'과 '신(新)연금'으로 분리하되 국고를 투입해 구연금을 종료하자는 의견이다.

신승룡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23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서울클럽홀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경제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 국민연금 부과방식→완전적립방식 전환 필요

신 위원은 "세계 최저 출산율 국가 한국에서는 국민연금 모수개혁만으로는 기금이 소진돼 세대 간 형평성이 크게 저해된다"며 "출산율에 영향을 받지 않는 완전적립방식 신연금을 도입해 구연금과 분리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승룡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 [사진=KDI] 2024.05.23 plum@newspim.com

앞서 KDI는 현행 국민연금 제도가 아무런 개혁 없이 이대로 운영된다면 오는 2054년 국민연금 적립금이 고갈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추계한 기금 고갈 시점(2055년)보다 1년 앞당겨진 것이다.

국민연금 적립금이 고갈되면 연금재정방식은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전환된다. 통상 부과방식은 해마다 필요한 재원을 매년 거둬들이는 방식으로 적립금이 남지 않는다. 적립방식은 보험료를 평준화해 징수하고 지출을 뺀 나머지 차액을 적립금으로 축적한다.

만약 2054년 국민연금 적립금이 모조리 고갈되면 연금은 부과방식으로 변경되는데, 이 과정에서 보험료율이 현행 9%에서 34.9% 이상으로 급격히 상향된다. 월급에서 받는 소득의 3분의 1이 국민연금 보험료로 납부된다는 뜻이다.

신 위원은 "부과방식을 통한 세대 간 연대에 기초한 현 국민연금 제도는 장기적인 기대수익비가 1 미만임이 수식적으로 증명됐다"며 "장기적으로 기금운용수익률이 경상성장률보다 높으면 완전적립식 연금을 통해 기금과 운용수익을 최대화해 국민부담 최소화가 가능하다"고 설득했다.

◆ 구연금제도에 재정 609조 투입…특별 부가세 필요

특히 신 위원은 기존 기성세대에 대해서는 구연금제도를, 미래세대를 위해서는 신연금제도를 도입해 연금제도를 분리하되 구연금제도에 대해서는 국고투입을 통한 노후소득보장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했다.

신 위원에 따르면 구연금제도의 재정 부족분은 올해 기준 GDP의 26.9%인 609조원이다. 구연금 시기 보험료를 납부한 가입자의 소득보장을 위해 정부가 609조원의 재정을 투입한 뒤 구연금제도를 종료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구체적으로는 10년 동안 연 GDP 대비 4~5% 국채발행을 통해 구연금 재정부족분을 우선 충당하고 증가한 국가채무에 대해 연 GDP 대비 1%(특별 부가가치세율 2.8%포인트 규모) 세금으로 2071년까지 상환을 완료하자는 계획이다.

또 신연금을 '내는 만큼만 받는' 완전적립식으로 운영하면 보험료율을 15.5%까지만 인상해도 국민연금 제도 유지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신연금에서는 각 세대가 기대수익비 1만큼 받으면 낮은 합계출산율에 영향을 받지 않아 후세대의 재정지원이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은 "향후 어떠한 방향의 보험료율 인상도 완전적립식이 아닌 연금제도에서는 폰지의 연장선이라는 인식이 존재할 것"이라며 "완전적립방식이어야만 보험료율 상승이 온전히 본인의 노후를 위하는 것으로 인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금개혁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세대를 위한 국민연금 제도의 이원화"라며 "향후 모든 개혁 논의는 신연금을 완전적립식으로 분리해 계정 이원화하는 것으 전제해 전개할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1000조원 이상의 기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재정투입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완전적립식의 기금 최대화 철학이 필요하다"며 "낙관론적 연금 개혁에 대한 책임을 미래세대에 전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구연금 자산의 장기투자와 수익률 제고를 위해 신연금과 구연금 자산 사이의 등가교환은 허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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