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야권이 단독 처리한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해 21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위법이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일각에서는 탄핵 소추까지 가능한 중대한 위법 행위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해병대원 특검법 재의요구 규탄' 야당·시민사회 공동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범인이라고 스스로 자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해병대원특검법 재의요구 규탄 야당·시민사회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5.21 pangbin@newspim.com

이 대표는 "가족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서, 자신의 부정과 비리를 감추기 위해서 헌법이 준 권한을 남용하면 이게 바로 위헌이고, 이게 바로 위법이고 이게 바로 부정 아니겠나"라며 "범인임을 자백했으니 이제 범인으로서 그 범행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국가 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고(故) 박종철 열사의 죽음을 언급하며 "주권자를 기만했던 그들의 말로가 어땠는지 윤 정권은 반드시 기억하라"고 경고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빈도수가 대한민국 건국 이래 1위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승만 대통령이 45회로 역대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1년 평균으로 따지면 3.75회 꼴로, 지난 2년간 10회의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보다 적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윤 대통령은 검찰독재에 더해 행정독재로 가고 있다"며 "이승만 대통령의 뒤를 따르고 있다. 자랑스럽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이승만의 말로를 기억하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주당, 조국혁신당, 정의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새로운미래 등이 6개 야당이 동참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당선인들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채해병 특검법 거부권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4.05.21 leehs@newspim.com

◆ "'尹거부권' 사익 추구 위한 것...탄핵 사유 명백"

혁신당은 '탄핵'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황운하 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토론회를 열고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위헌적 권한 행사"라며 "탄핵 사유에 해당함이 명백하다"고 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병대원 특검법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이태원참사 특검법 등과 같이 대통령이 본인이나 가족, 측근을 보호하려는 사적 이익을 위해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에 해당한다고 분류했다.

정 교수는 "인사권을 통해 대통령은 검찰과 경찰을 장악하고 있고 향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까지 장악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이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중대한 사법 방해"라며 "중대한 사법 방해는 법적으로 탄핵이 인용될 정도로 중대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야권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 재표결을 가결시키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보다 앞선 25일에는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진행한다. 만약 재표결이 부결되면 제22대 국회 개원 즉시 1호 법안으로 재발의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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