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다음달 공매도 제한 조치 해제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시장에서는 '재개 시점'이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또한 어느 종목부터 재개할 지, 지수 변동 및 외국 자본 유입 등 시장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서도 다양한 관측이 제기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매도 재개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주 말 이복현 금감원장의 발언이 방아쇠가 됐다.

이 원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인베스트 K-파이낸스' 투자설명회(IR) 직후 기자들과 만나 "6월 하순이 되기 전 시장에 재개 여부와 방식을 (재개) 스케줄, 재개 방식, 당장 재개하지 못할 경우 어떤 식으로 정상화시킬지 등을 말씀드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광진구 시립광진청소년센터에서 열린 청소년 금융활동 역량강화를 위한 관계기관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03.18 mironj19@newspim.com

이어 "개인적인 욕심이나 계획은 6월중 공매도 일부 재개를 하는 것"이라고 밝히면서 시장에서는 이르면 6월 중 재개가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부터 국내 증시 모든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의 장기간 무차입 공매도에 따른 시장 교란을 이유로 이같이 결정했다. 금지 기간은 올해 6월 말로 정하되,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연장할 수 있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 재개를 유력하게 봐 왔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전면 금지와 함께 개인과 기관투자자 간에 공매도 거래 조건 관련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와 불법 공매도를 차단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 중인데 완료 시점이 내년 상반기로 예상된 때문이다. 지난 4월 기관투자자의 자체 잔고관리 시스템과 한국거래소의 무차입 공매도 중앙 차단시스템(NSDS)을 통한 이중 잔고 확인을 골자로 하는 불법 공매도 전산 방지 시스템을 발표하면서 내년 상반기에 시스템 구축이 완료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원장의 이번 발언으로 이르면 6월 부분 재개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 원장은 "각 기관투자자의 공매도 잔고 시스템을 거래소에 모으는 집중관리 시스템은 구축하는 데 기술적으로 시간이 소요되고 법률상으로도 쟁점이 있다"며 "현재 법 개정 없이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주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도 재개 시점을 당길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부분 재개를 한다면 밸류업 효과가 높고, 공매도 압력이 늘더라도 충격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대형주가 첫 대상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공매도는 시장의 정상적인 가격 형성에 필요한 것"이라면서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불법 공매도는 법적 제재를 가하고 있는 중이고, 시장의 유동성 공급 측면에서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밸류업에 대한 기대로 배당 높은 종목에 투자하려면 리스크 헷지 수단으로 공매도를 허용해야 한다고 볼 것"이라며 "부분 재개한다면 밸류업 자금 유입 효과가 기대되는 반면 공매도 압력이 늘어도 충격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대형주가 우선 고려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19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후 2021년 5월 부분 재개할 때 코스피200, 코스닥150에 편입된 대형주에 한정했다.

공매도를 재개할 경우 단기적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공매도를 재개할 경우 대내외적인 변수가 충격으로 올 수 있다는 우려와 '단기적' 변동성 확대는 있겠지만 실적 등 추세를 좌우하지는 않을 것이란 주장이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대선, 국내 금융투자소득세와 밸류업 등 증시에 영향을 줄 요인들이 산적하다"면서 "공매도가 재개되면 낙폭을 키울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주가는 기본적으로 실적에 따라 움직인다"면서 "공매도는 단기 변동성을 키울 수는 있지만 주가를 좌우할 변수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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