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성장이 멈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청년이 떠난 지방 소도시는 소멸 직전까지 내몰려 있고, 수도권·광역 도시의 청년들의 행복감도 '최저' 수준입니다. 경제 강국으로 자리를 잡아간다는데, 미래를 책임질 우리의 청년은 사회 진출에 대한 불안감으로 오히려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습니다. 뉴스핌은 청년이 꿈꿀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드는 것을 그 첫걸음으로 인식하고, 정치·산업·노동·문화·교육 등 여러 각도에서 그 해법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청년들에게 '내 집 마련'은 투자의 기회인 동시에 한동안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으로 인식된다. 경제, 산업 구조가 수도권에 집중되다 보니, 그동안 이들 지역의 부동산은 지속해서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였다. 청년들은 고공행진 하는 아파트값을 바라보며 상실감에 빠지거나 결혼과 출산 계획을 미루기도 한다.

물론 제한된 개발 부지를 감안하면 청년들에게 돌아갈 몫이 한정적이긴 하다. 이런 이유로 주거 안정 및 결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청년들의 '주거사다리'고 꼽히는 정부의 공공임대, 공공분양의 확대가 더욱 절실하다. 민간임대보다 임대료가 저렴해 자산을 축적할 기회도 있어서다.

◆ 공공임대 15만가구에서 7만가구로 뚝...주거사다리 강화해야

청년·신혼부부에게 전세주택은 일명 '주거 사다리'라고 불린다. 내 집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청년층 10가구 중 8가구는 전월세 형태로 살고 있다. 자가 비율은 10%대에 불과할 정도로 임차 거주가 일반적이다. 서울지역 아파트의 평균 거래금액이 1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진 것도 청년들의 자가 주택 비율을 낮추는 이유다.

이처럼 주거사다리로 공공주택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으나 정책과 실행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토교통부의 공공임대 연간 사업승인건수를 보면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14만가구, 15만1000가구로 2년간 10만가구 중반대를 유지했다. 이후 감소하기 시작해 2021년 12만3000가구, 2022년 12만1000가구로 줄었다. 작년에는 더 줄어 사업승인건수가 전년대비 64% 수준인 7만8000가구에 그쳤다. 올해는 11만5000가구를 계획하고 있으나 실현여부는 미지수다. 사업승인 이후 건축심의, 설계, 착공 등의 절차를 거쳐 2~3년 후 주택이 공급되는 만큼 감소한 사업승인건수의 부작용은 향후 3~5년에 걸쳐 나타난다. 공공지원을 위한 부지확보는 2019년 4만7000가구에서 지난해 1만3000가구로 줄었다.

부지를 조성해 건축공사를 해야 하는 건설임대보다 빠르게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매입임대도 성과가 부진하다.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 실적은 목표치 대비 23%(4610가구)에 불과했다. 2019년과 2020년 주택 매입 목표치의 100%를 달성했다. 하지만 2021년 67%, 2022년 46%로 크게 줄었고 지난해에 20%대 초반까지 떨어진 것이다. 매입임대는 청년층, 신혼부부 등에게 시세보다 저렴하게 주택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집을 짓는 임대주택 사업뿐 아니라 집을 사서 공급하는 사업마저 부진을 겪고 있다.

이러다 보니 윤석열 정부가 임기 내 공공임대주택 5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약속도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 연간 10만가구씩을 공급해야 가능한 수치인데, 현 상태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그동안 정부는 쪽방‧고시원 거주 가구자의 공공임대 이주지원·확대, 전세사기 피해지원, 지역제안형 청년 특화임대 등으로 청년층의 주거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공급주택의 절대치가 줄어든 상태에서 정부가 모색하는 청년·신혼부부·서민·저소득층의 주거사다리 지원이 제대로 작동할 가능성이 작아 보이는 게 현실이다.

◆ 사업상 악화에 민간임대도 급감...세제·금융지원 확대 필요

재원 부족, 사업비 부담 등으로 공공임대 및 공공분양의 공급확대가 어렵다면 민간임대 시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공급물량을 확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요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히는 기회도 된다.

민간 임대는 '민간임대주택특별법'에 따라 건설사가 기금으로부터 낮은 금리에 건설비용을 조달하는 대신 최장 10년까지 임대를 놓도록 한 주택이다. 혜택에 따라 공공지원과 장기일반으로 나뉜다. 의무 임대기간 이후에는 분양이 허용된다. 입지가 좋은 공공택지를 낮은 경쟁률로 매입할 수 있어 건설사들의 주목을 받았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거주에 임대료 인상 폭이 2년마다 5%로 제한되는 게 이점이다. 특히 혜택이 많은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최초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70~95% 수준으로 고정된다.

제주도에 조성된 공공임대주택 모습. [사진=제주개발공사]

민간임대 공급이 줄어들기는 마찬가지다. 2017년 2만3,095가구, 2018년 2만1568가구 등이 공급됐으나 2020년 3500가구로 쪼그라들었다. 작년에도 3000가구 수준의 공급 실적을 기록했다.

민간기업의 임대주택 건설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취득세, 재산세 등 세제 혜택 제공과, 금융 지원, 용적률 규제 완화 등을 복합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상당한 지원책이 도입되지 않으면 지방 미분양이 확산하는 가운데 민간기업이 공급 확대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작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임대주택 공급 물량이 부족한 것도 문제이지만 대기 수요가 많고 인프라를 잘 갖춰진 지역의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청년들의 주거사다리 강화를 위해서라도 양질의 공공임대, 공공분양의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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