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폭염이 장기간 기승을 부리면서 인도 정부의 14억 인구 보호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싱가포르 매체 더 스트레이츠 타임즈(THE STARITS TIMES)가 16일 보도했다.

인도 동부 서벵골의 주도인 콜카타의 1500만 명 주민은 현재 40도를 넘나드는 혹서에 신음하고 있다. 피르하드 하킴 콜카타 콜카타 시장은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는다"며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현지 당국은 4월부터 6월 몬순(우기) 전까지 이어질 폭염에 대비해 300개의 냉방 휴게실을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현재 실제 운영 중인 곳은 소수에 불과하며, 일부 휴게실의 경우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기상청은 앞서 일부 지역의 5월 폭염 일수가 평년의 3일에 비해 11일가량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므루티윤자이 모하파트라(Mrutyunjay Mohapatra) 인도 기상청 국장은 "인도 다수 지역의 4~6월 폭염 일수가 평년의 4~8일에서 10~20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몇 주 동안 인도 동부가 '불가마'를 경험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의 최고 기온이 47.2도까지 치솟았다.

매체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1992년 이후 2만 4000여 명이 더위로 목숨을 잃었다. 올해에만 9명이 극심한 폭염으로 사망했지만 실제 수치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부와 국가범죄기록국의 수치가 다른 것도 정부의 폭염 대응 관련 노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2022년 보건부 자료에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33명으로 기록된 반면, 사망자 수를 통계하는 국가범죄기록국 자료에는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730명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매체는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다"며 "현 정부의 정책이 열 관련 사망자를 2015년 2040명에서 2020년 4명으로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는 정부의 주장에 의문점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뉴딜레이 본사를 둔 정책 연구 센터는 지난해 37개의 문서를 검토한 보고서에서 "폭염 대응 계획을 수립한 도시와 주(州)마저도 권고 사항을 이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역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고, 자금 조달 방법에 대한 세부 사항이 부족하며, 법적 권한의 출처를 명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콜카타의 기후학자 겸 지리학자인 나이위타 반디요파디야(Nairwita Bandyopadhyay)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 대응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 (폭염 대응)실패의 원인"이라며 "이러한 접근 방식은 위험이 재난으로 변하는 것을 기다리며 지켜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한편, 폭염이 인도 정치·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크다. 고온의 날씨가 이어질 경우 농업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식품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는 정부 노력을 어렵게 할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총선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운 주요 요인 중 하나도 더위다. 총선 기간이 폭염과 겹친 가운데, 더위로 투표를 포기하는 유권자들이 증가하며 투표율이 하락, 현 정부가 절대적 압승을 거둘 것이란 당초 예상이 빗나갈 수 있어서다. 

[로이터=뉴스핌] ] 홍우리 특파원 = 15일 한 인도 여성이 더위를 피해 얼굴을 가린 채 뭄바이 길을 걷고 있다. 2024.05.16 hongwoori8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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