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무기 지원 중단을 위협하며 라파 지상전을 만류하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결국 10억달러 규모의 무기를 이스라엘에 보내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단독 보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갈등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이나, 일각에서는 가자전쟁 장기화 빌미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14일(현지시각) WSJ는 미 의회 관계자들을 인용,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대한 10억달러 이상의신규 무기 제공 계획을 추진하기로 했음을 의회에 알렸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바이든 행정부는 이달 초 이스라엘로 향할 예정이었던 폭탄 3500개의 선적을 중단시키며 대립각을 세웠고, 이스라엘의 라파 진격 직전인 지난 9일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CNN에 출연해 "나는 그들(이스라엘)이 라파에 진격한다면 라파와 다른 도시들을 다루는 데 사용했던 무기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알렸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하지만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대규모 무기 지원을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WSJ는 이번 결정은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의 갈등이 심화되길 원치 않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중동민주주의센터(MEDC) 미 무기판매 전문가 세스 블린더는 이스라엘로의 무기 선적을 보류한 지 며칠만에 대규모 신규 무기 지원을 추진하기로 한 결정은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압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전쟁 반대) 메시지를 또다시 흐리는 예"라고 꼬집었다.

무기 승인 이후에도 실제 무기 인도까지 수 년이 걸린다 하더라도 이번 조치는 라파 관련 대립각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싸울 무기 재고가 다시 채워질 것이란 메시지를 준다는 것이다.

이번 무기 패키지에는 7억달러어치 전차 탄약, 5억달러 규모 전술 차량, 6000만달러 규모 박격포탄 지원 등이 포함돼 있다.

관계자들은 무기 지원이 승인되고 실제 인도되기까지 추가적으로 취해야 할 조치들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두 명의 관계자를 인용, 미 국무부가 10억달러 이스라엘 무기 지원 패키지를 의회로 넘겼고, 현재 검토 단계라고 보도했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이날 라파 주거지역에 전차를 투입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고, 일부는 주택가까지 밀고 들어갔다는 보도도 나왔다.

백악관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번 주말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다고 밝혔는데, 익명의 한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이스라엘이 미국의 조언 없이는 라파에서 중대 행동을 자제할 것임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악시오스는 설리번 보좌관 방문 전까지는 이스라엘이 라파 작전을 확대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는데 바이든 행정부는 관련 코멘트를 거부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