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뉴스핌] 고인원 특파원= 지난달 미국의 도매 물가는 예상 외로 크게 오르며 1년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을 보였다. 

미국인들 사이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선행지수로 여겨지는 생산자물가마저 가파르게 오른 것으로 나타나 CPI 발표를 앞두고 시장의 경계심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 노동통계국은 14일(현지시간) 생산자물가지수(PPI)가 4월 전월 대비 0.5% 올랐다고 밝혔다. 월가 전망치 0.3% 상승을 0.2%포인트 웃돌았다. 다만 당초 0.2% 상승으로 보고됐던 3월 PPI 상승률은 0.1% 하락으로 하향 수정됐다.

1년 전에 비해 4월 PPI는 2.2% 오르며, 지난해 4월(2.3%)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공장 직원들.[사진=블룸버그] 2021.09.16 mj72284@newspim.com

4월 PPI 상승률 전년비 2.2%로 1년만 최고...서비스 물가 0.6%↑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무역 거래를 제외한 근원 PPI 역시 한 달 전보다 0.4%, 1년 전에 비해 3.1% 오르며 지난 2023년 4월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주로 서비스 부문에서 발생했다. 최종수요 서비스 가격은 지난달 0.6% 올랐는데,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2023년 7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률이다. 서비스 가격 상승은 지난달 생산자물가 상승의 4분의 3을 기여했다. 

지난달 0.2% 하락했던 상품 물가도 4월 0.4% 오름세로 돌아섰다. 가솔린 가격이 5.4% 급등하며 에너지 가격이 2% 오른 영향이다. 

 

생산자 물가는 통상 소비자물가의 선행 지표로 여겨진다. 인플레이션은 소비자에게 전파되기 전에 도매 물가에 먼저 나타나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의 생산자물가는 올해 1∼2월 시장 예상보다 크게 오르며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정체되고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PPI와 더불어 CPI도 올해 들어 예상을 웃돌며 3% 아래로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있다.

다만 예상보다 높은 생산자 물가 오름세가 주식시장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소폭 오름세로 출발했다.

모간스탠리의 크리스 라킨 이트레이드 트레이딩 및 투자 담당 이사는 CNBC에 "예상보다 높은 PPI 수치에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달 수치가 하향 조정된 탓에 이날 보고서가 시장에 우려한 만큼 큰 충격은 아니었을 수 있다"고 전했다.

CPI·PCE물가지수 이어 기대 인플레도 예상 웃돌며 '인플레 고착화 우려↑'

 

최근 발표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지표는 잇달아 시장 전망치를 웃돌며 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를 키웠다. 연초부터 CPI 상승률은 3.1~3.5% 범위에서 움직이며 연준의 물가 안정 목표인 2%로 좀처럼 돌아가지 않고 있다. 

연준이 주시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도 올 1분기(1~3월) 1년 만에 가장 높은 3.4% 상승하고 3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2.7% 오르는 등 좀처럼 잡히지 않는 모습이다.

미국 소비자들의 앞으로 물가를 예상하는 기대 인플레이션도 반등 흐름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13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1년 뒤에 대한 기대 인플레이션은 지난달 3.26%로 5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앞서 10일 미시간 대학이 발표한 장단기 기대 인플레이션도 각각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미국인들 사이 고물가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보여줬다.

맨해튼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미국 소비자 [사진=로이터 뉴스핌]

연준은 통화정책을 할 때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외에 기대인플레이션을 눈여겨본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가 가속화되면 결국 물가 상승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연준은 기대 인플레이션이 잘 고정되기를 원한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하루 뒤인 15일 발표된 4월 CPI로 한층 쏠리고 있다. 월가 전문가들은 4월 CPI가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3.4% 올랐을 것으로 예상했다. 직전 달 기록한 전월비 0.4%, 전년비 3.5%보다 상승세가 약간 둔화됐을 것이란 전망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이 2%로 진전하고 있다는 확신을 얻기 전까지는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강조해 왔다. 따라서 내일 발표될 CPI가 예상을 웃돌 경우 시장의 연내 금리 인하가 후퇴하며 금융 시장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어 시장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