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1대 국회가 끝자락으로 달려가고 있다. '대립'이나 '갈등' 등의 수식어가 어느새 익숙해져버린 현실이지만, 이번 국회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유난히 차갑다. 혐오의 정치가 만연한 시대 탓을 하기에는 21대 국회가 만든 성과가 너무 미미하기 때문이다.

당장 5월 임시국회만 해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여야 모두 특검법 정국만 운운하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정쟁'과 '정책'의 분리는 염두에도 없는 듯하다. "도대체 뭐 했냐"는 지적을 조금이라도 만회할 마지막 기회지만, 정작 당사자들에게 이런 절박함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광연 금융증권부 차장.

21대에 발의된 수많은 민생법안은 결국 22대 국회로 넘어갈 처지다. 오는 28일 마지막 국회 본회의가 열린다고는 하지만 이대로라면 형식적인 자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 법안 처리율은 36.6%로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며 계류중인 법안만 1만6000개가 넘는다.

국회 파행으로 수많은 민생금융도 표류중이다.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은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이를 해소해 줄 정책들은 여의도에만 맴돌고 있다. 가계대출이 치솟고 이자부담은 역대급이며 골목상권의 생존위기는 코로나 시국보다 심각하지만, 국민을 지켜줄 국회는 손을 놓고 있는 현실. '역대 최악' 국회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22대 국회를 향한 시선도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 총선 이후 여야 대립이 오히려 첨예해졌기 때문이다. '폭거', '독주', '불통' 등 거친 말이 벌써부터 난무한다. 각자 '민심'을 앞세워 서로를 질타하고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민생'에는 관심이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사를 '필요악'으로 취급하는 정치권의 태도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쟁에 함몰된 여야가 금융사를 민심 전환용 도구로 악용했다는 불만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1대 국회를 돌아보면 고금리도 고물가도 심지어 경제불황도 모두 우리들의 '탐욕' 때문이었다"며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책임을 떠넘기고, 그래서 비난을 대신 받을 '희생양'만 찾았다고 본다. 우리를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데 어떻게 제대로 된 '금융' 정책이 나오겠는가"라고 토로했다.

국회가 공전하면서 금융당국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현장에서 필요한 정책을 만들어도 국회 문턱에서 좌초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30일이면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다. 상임위 구성 등 세부일정을 감안하면 6월 중순은 넘어가야 구제적인 활동이 시작될 수 있을 전망이다. 투표가 끝나기 무섭게 정쟁에 돌입한 여야 모두가 미덥지 않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기대를 걸어야 하는 씁쓸한 현실이다. 민생을 1순위로 생각하는 국회. 22대만큼은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