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장사가 어려워야 소비자의 마음을 한 번 더 생각하는 법이다.

용산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사장님은 자신의 가게가 왜 장사가 잘 안되는지를 알기 위해 한 달여간 가게 앞에서 손님들을 관찰했다고 한다. 주저하지 않고 가게에 들어선 손님들에겐 그 이유를 물어보고, 머뭇거리다 결국 발걸음을 돌린 손님들에겐 그 이유를 물었다. 부족한 점을 소비자 입장에서 고치고 또 고쳐나가 결국 사장님의 고깃집은 꾸준한 월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다.

유통업계를 출입하며 가장 '갑'이라고 여겨지는 곳은 'CJ 승계의 핵심 키'로 불리는 올리브영이다. 오프라인 뷰티 업계에서 올리브영을 대체할 곳이 없다 보니 과연 올리브영이 소비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을까를 되묻게 된다.

조민교 산업부 기자

업계에서 이를 먼저 취재해 보기 위해 뷰티 업계 관계자들에게 해당 이슈에 대해 물어보면 하나같이 입을 꾹 닫고 있어 취재가 쉽지 않다. 통상 기자들은 관련 업계 홍보팀에게 이런저런 업계 이야기를 듣고 이슈를 캐치해 기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말 한마디 잘못해 눈 밖에 날까 눈치를 본다는 느낌을 받는다.

꾹 닫힌 홍보팀의 입에서 올리브영의 압도적 지위를 더 생생하게 느낀다. "저희 제품이 올리브영에 입점했어요"라는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낼 정도니, 부조리를 느껴도 이를 제보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노릇일 것이다.

시장에서는 여러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독점하니까 가격 메리트가 없다", "저렴하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도 안 싸다", "예전보다 세일 주기도 줄어들고 세일 폭도 크지 않다"는 등 불만도 많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올리브영의 오프라인 독점이 달갑지 않다. 화장품은 가격도 유통사마다 천차만별이고, 실제 발색이나 지속력 등을 비교해보고 구입하고 싶은 소비자도 많은데 올리브영에 없으면 직접 체험해보지도 못하고 온라인에서 배송일까지 기다리고 사야 하니 불편함이 크다.  

다행히 최근에는 경쟁사가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다이소에서 뷰티 품목 진출에 힘을 쓰고 있고, 컬리나 쿠팡 등 온라인 위주로 뷰티 품목을 판매했던 곳에서도 오프라인 행사를 종종 개최하고 있다. 소비자로서는 전에 없던 합리적 소비를 할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시장의 무게추가 적정선으로 돌아올 때까지 소비자의 권익을 직접적으로 보호해 줄 수 있는 곳은 정부 당국뿐이다. 공정위는 앞서 올리브영을 한차례 조사한 뒤 자체적인 결론을 내리고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 브랜드사에 대한 갑질은 없는지, 공정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조사해야 한다. 올리브영을 향한 당국의 감시가 지금보다는 더 날카로워져야 한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