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부실 펀드를 판매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원종준 전 라임자산운용(라임) 대표 등 임원들이 회사가 지출한 변호사비 등 비용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정찬우 부장판사)는 라임자산운용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가 원 전 대표와 이모 전 마케팅본부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최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법원 로고. [사진=뉴스핌DB]

재판부는 원 전 대표가 4억2670여만원, 이 전 본부장이 1억4670여만원을 각 지급하라고 했다.

앞서 라임은 2020년 7월 13일 열린 임원 회의 결정에 따라 법무법인 두 곳과 법률자문 계약을 체결하고 법률비용으로 총 8억4018만원을 지급했다. 당시 임원 회의에선 사내이사였던 임모 부사장과 전무, 상무 등 3명이 법률자문 계약 체결안을 의결했다.

계약서에 따르면 법률자문에는 라임의 운영과 관련된 민·형사 법률문제에 대한 의견, 계약서 작성 및 검토, 업무 관련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시 형사상 방어 등 업무가 포함됐다.

이에 라임은 임원 회의 의결과 법률자문 계약 체결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회사가 지출한 법률비용 전부를 원 전 대표와 이 전 본부장, 임 부사장이 부담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라임 측은 원 전 대표와 이 전 본부장이 개인적으로 부담해야 할 법률비용을 회사에 전가하고 임 부사장은 이들의 배임 행위를 알고도 임원 회의 결정을 의결해 법률자문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원 전 대표 등은 회사 차원의 법적 대응을 위해 이뤄진 임원 회의 결정을 배임 행위로 단정할 수 없고 배임의 고의도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대표이사와 직원인 피고들의 형사사건 변호를 위해 비용이 지출됐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그 비용 지출을 원고에 대한 횡령·배임 등 위법한 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원 전 대표 등이 비용 전부를 부담할 의무는 없다고 봤다.

당시 원 전 대표 등의 형사사건 결과에 따라 라임이 금융투자업을 계속할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됐기 때문에 라임 측이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도 이들의 형사사건에 직접 대응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법률자문 업무에 피고들에 대한 형사사건 대응과 함께 원고에 대한 법률자문 업무도 혼재된 것으로 보이는 이상 원고의 주장만으로는 법률비용으로 지출된 돈이 전부 원고의 손해라고 확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라임 측이 임원 회의 결정에 따라 원 전 대표와 이 전 부사장에게 구상금 청구는 할 수 있다고 했다.

당시 임원 회의는 "기소 전까지 법률비용은 회사가 부담하되, 기소 후 재판 결과가 두 임직원에 대한 유죄로 확정될 경우 '유죄의 비율'에 따라 각 비용에 대해 두 임직원에게 구상을 청구한다"고 정했다.

이후 원 전 대표는 2022년 11월 대법원에서 부실 펀드 판매에 가담한 혐의로 징역 3년과 벌금 3억원을, 이 전 본부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및 벌금 1억원을 확정받았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공소사실 중 일부 유죄, 일부 무죄 판결을 받았고 3개의 공소사실 중 1개의 범죄사실이 유죄이므로 유죄의 비율은 33.33%"라며 각 비율에 따른 법률비용을 지급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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