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국책연구기관이 민간소비 부양을 위한 단기적인 거시정책의 필요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13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마련을 두고 정부·여당과 야당간 이견이 팽팽한 가운데 추경을 반대하는 정부의 입장에 힘을 실어준 모양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3일 '고물가와 소비 부진: 소득과 소비의 상대가격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KDI 현안분석을 발표했다. 최근의 실질민간소비 부진을 상대가격이 반영된 소득의 실질적인 구매력 관점에서 분석하고, 향후 실질민간소비의 여건을 가늠하기 위해 이번 분석을 내놓은 것.

한국개발연구원 전경 [자료=한국개발연구원] 2021.03.31 biggerthanseoul@newspim.com

KDI는 이번 분석에서 2022년 이후 소비자물가가 빠르게 상승한 반면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가 낮은 상승세를 보이면서 소비 대비 소득의 상대가격이 하락하며 실질구매력에서 부정적 요인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GDP 디플레이터는 국민소득에 영향을 주는 모든 경제활동을 반영하는 종합적 물가지수를 말한다.

2022년 이후 실질구매력이 정체되면서 실질민간소비 부진에 기여했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코로나19 위기 직전인 2019년을 기준으로 볼 때, 2023년의 실질민간소비는 실질GDP에 비해 여전히 3.0%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정체된 실질구매력 수준은 회복한 것으로 풀이됐다.

2022년과 2023년의 실질구매력 증가율은 각각 –0.5%, 0.0%에 불과해 실질민간소비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근로자(1인 이상)의 실질임금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2022년에는 0.5% 증가하는 데 그쳤고 2023년에는 0.9% 감소하며 실질민간소비 여력이 축소됐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와 함께 국제유가 상승률이 낮아지거나 반도체가격 상승률이 높아지는 경우 상대가격 상승률이 뚜렷이 확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2022년의 상대가격 하락은 국제유가 급등에, 2023년의 상대가격 하락은 반도체가격 급락에 주로 기인했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2022년의 국제유가 급등은 GDP 디플레이터에는 하락 요인으로, 소비자물가에는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상대가격을 하락시킨 주요인으로 손꼽혔다. 

이와 달리 2023년에는 국제유가가 하락했는데도 반도체가격이 더 급락하면서 상대가격이 추가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점을 토대로 KDI는 올해에는 2022~23년간 지속되었던 급격한 상대가격 하락 추세(누적 4.3%)가 0.1~0.8%의 완만한 상승 추세로 반전되면서 실질구매력을 증가시키고 실질민간소비 여건이 개선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정학적 위험 등 향후 국제유가 흐름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겠지만, 반도체가격의 급등으로 상대가격은 상승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올해 실질경제성장률이 2023년(1.4%)보다 높은 2%대 중반으로 전망되고 있어 상대가격 상승과 함께 실질구매력을 추가로 개선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KDI의 분석이다.

KDI 관계자는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2024년 성장률은 2023년(1.4%)보다 높은 2%대 중반까지 상승할 것으로 대부분의 전망기관에서 예상하고 있다"며 "다만 고금리는 여전히 민간소비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실질구매력 개선으로 소비 부진이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부양책이 시급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