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미국은 MBTI의 J(계획형 사고)와 같고 한국은 T(논리적 사고)입니다."

이승주 오름 테라퓨틱(제약사) 대표는 지난 10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개최한 '바이오 코리아 2024'에서 K-바이오헬스 수출 전략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 코리아 2024'는 한국 보건산업의 위상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됐다. 올해 19회를 맞은 바이오 코리아는 약 50개국의 600개 회사가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이번 행사는 마지막 날까지 활기찼다.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를 구성하는 병원, 대학, 연구소, 기업에서 활동 중이거나, 활동했던 전문가는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했다.

◆ 미국‧한국, 언어 소통 방식 달라…'맥락'의 중요도가 협상 가른다

이 대표는 한국, 일본, 미국 등을 경험하면서 나라별 문화 차이를 익혔다. 한국과 미국 사람들은 법을 지키는 측면에서 같았다. 일본 사람들은 신호등을 잘 지키지만 한국과 미국 사람들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면 경미한 신호는 위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의사소통에 있어서 한국과 미국은 '방식'이 다르다. 미국 사람들은 전화를 하기 전에 메일을 보내 전화 시간과 목적을 미리 설명해야 한다. 반면 한국 사람들은 자세한 내용은 만나서 얘기하기로 하고 일정부터 잡는다. 한국 사람처럼 행동하면 미국 사람들은 당황하거나 만나주지 않는다.

'맥락'에 대한 중요도도 다르다. 미국 사람들은 '맥락'이 중요하지 않다. 미국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정확히 말해야 알아듣는다. 반면 한국 사람들은 말하지 않아도 챙기는 분위기 등의 맥락이 중요하다.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바이오 코리아 2024'에 참여하는 사람들 2024.05.10 sdk1991@newspim.com

이 대표는 "미국 사람하고 대화할 땐 일일이 다 얘기해야 한다"며 "반면 한국은 대면과 체면 차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문화에 대한 이해는 K-바이오헬스 수출을 위한 협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서양 나라끼리도 충돌이 심해 숨겨진 의미를 알지 못하거나 의견 협상이 틀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 대표는 "같은 영어를 쓴다고 해서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굉장히 다르다"며 "네덜란드는 투명하고 직설적이라 영국이 예의 바르게 돌려 얘기하면 알아듣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영국 사람이 '재밌는 생각이고 생각해 볼게'라고 답한다면 긍정적 피드백보다 부정적 피드백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의견을 모으는 방식에도 차이가 난다. 중국과 한국은 수직적인 성향에 강하다. 미국, 호주, 캐나다도 수직적이지만 의사 결정 과정에서 모든 직원에게 의견을 낼 기회를 준다. 특히 미국은 책임자가 의견을 정하면 뒷말이 없다.

이 대표는 "일본이 가장 재밌다"며 "일본은 책임자를 존중하고 우대하지만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며 "책임자는 일일이 팀원에게 물어보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 의사 결정이 중국보다 느린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 미국 국립 보건원(NIH), 유전체 연구 대상 백인→아시아인으로 이동

정선재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는 미국에서의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하버드(Harvard) 의학전문대학원의 가장 큰 교육병원인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MGH)에서 글로벌 헬스케어 분야를 담당했다. 자살, 우울증 등을 치료할 방법을 개발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정 교수는 연구 동향에 대해 "하버드가 옥스퍼드(Oxford) 병원과 코호트 연구를 한다"며 "아시아인에 대한 자료가 드물어 아시아에서 온 자료는 환영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정선재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는 10일 '바이오 코리아 2024'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2024.05.10 sdk1991@newspim.com

아울러 정 교수는 "유전체 연구는 백인만 했는데 인종이 다르면 쓸 수 없어 최근 미국 국립 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NIH)이 아시아를 대상으로 유전체를 모으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6월에 연구진이 모두 모여 NIH의 포럼에서 각각 이야기를 할 것"이라며 "아시아 유전체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했다.

정 교수는 "보스턴 켄달스퀘어(Kendal Square)는 계속 발전하는 곳"이라며 "연구실과 실험실이 가까이 있어 내가 실험하면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점이 인상 깊다"고 설명했다.

차순도 진흥원 원장은 "바이오코리아를 통해 바이오헬스 산업의 국내외 기업, 기관, 연구자 등이 한 자리에서 만나 전략과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며 "우리나라의 우수 기술이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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