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온종훈 정책전문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실거주자인 1가구 주택소유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폐지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기자회견에서 밝힌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에 '전향적 찬성' 입장을 보이면서 정책노선이 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가 최근 한 언론인터뷰에서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며 종부세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지난 대선기간 '종부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접점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여기다 윤 대통령이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제안한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에 대해 박 원내대표가 당일 "야당으로서 함께 해야 할 부분이 있는지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찬성 입장을 보였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05.10 leehs@newspim.com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대해서도 기존 당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금투세에 대해 "여론이 분분하다"며 "신중하게 검토해서 조세 정의와 국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해서 대응하겠다. 금투세에 대해 오해도 많이 있어서 국민들과 소통하겠다"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놨다.

지난 3일 선출된 박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실천하는 개혁국회, 행동하는 민주당"을 내걸었으며 이재명 대표도 "개혁 국회, 개혁 민주당이 국민의 뜻으로 박 신임 원내대표가 과제를 잘 수행할 것"이라고 힘을 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최근 민주당의 이같은 입장 변화는 강성 친명(이재명)을 대표해 지난 3일 선출된 박 원내대표나 민주당 주류가 다수 의석을 통한 국정운영 주도권 장악과 차기 대선을 겨냥해 중도층으로 외연할 확장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선택적 동의'다.

여기에 당내에서도 계파나 개별 의원들 사이에서 이견이 다수 존재해 해당 논의가 본격화되면 당내 진통으로 정책 노선의 변경과 다른 여권에 대한 제안들과 충돌 등으로 여야 '협치'를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신임 정책위의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04.23 leehs@newspim.com

당장 원내대표, 사무총장과 함께 '당 3역'인 진성준 신임 정책위의장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중요 쟁점에 대한 박 원내대표와 크고 작은 의견차이를 노출했다. 

가장 큰 의견차를 보인 것은 금투세 관련이다. 진 정책위의장은 금투세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법이 만들어지고 4년이나 유예된 이 법은 내년 1월1일부로 시행되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진 정책위의장은 "금투세 폐지는 대통령과 정부가 일부 큰손 개인투자자들의 선동에 휘둘리는 것"이라고 전제했지만 결국은 전날 박 원내대표의 '신중 검토 대응'과는 정면 배치되는 발언이다. 

여기다 배석했던 민병덕 수석부의장까지 나서 "윤 대통령은  1400만 투자자에게 세금 과세하는 것처럼 얘기했지만 저희 분석에 의하면 1%도 안되는 분들에게 금투세가 실제로 부과된다"며 대통령의 금투세 관련 발언을 일종의 '공포마케팅'이라고 규정했다.

종부세와 관련해서도 진 정책위의장의 생각은 박 원내대표와 미묘하게 입장이 엇갈렸다. 진 의장은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하신 것 같고 뭐랄까 (보도 과정에서) 확대해석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까지 논의된 바 없다"라고 밝혔다.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에 대해서도 "이재명 대표도 영수회담에서 '인구위기대응부' 신설 필요하다고 제안한 바 있어 환영한다"면서도 "다만 기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면 민주당으로선 여성부 존치 필요성이 여전히 있어 논의가 필요하다"고 여지를 뒀다. 

진 정책위의장은 전국민 1인당 25만원 지원금 지급에 대해서는 기존 당의 방침대로 22대 국회 개원 후 즉시 '민생회복 특별법'을 만들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진 정책위의장은 '처분적 법률 방식'이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대해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특별법은 처분적 법률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법안이 만들어져 정부가 공포하고 시행에 들어가면 예산을 마련해 국민에게 지급하기까지 전부 행정행위로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다 진 정책위의장은 정책위 산하 7개 정책조정위원회의 편성을 "상임위원회와 조응하는 체계로 확대하겠다"며 "해당 정조위워원장이 하나의 상임위를 담당해서 상임위 소관 정책이나 법안, 예산 등을 책임 관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는 현재 운영위원회와 특별위원회를 제외하고 18개의 상임위를 두고 있다. 

국민의힘 정책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171석의 다수 의석으로 행정부를 패싱하고 '입법독재'를 하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며 "그러면 국회의 상임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왜 필요한가. 결국 법안과 예산을 쥐고 흔들며 일방독주 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ojh11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