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윤애, 이석훈 기자 =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했다. 공시 내용에는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주주환원 등의 재무지표와 중복상장, 대주주의 터널링 해소 등 기업지배구조 관련 비재무지표 등을 담도록 했다. 상장사는 연 1회 '밸류업 공시'를 하도록 권장하고, 주주 및 시장참여자와의 소통 현황과 향후계획 등도 담도록 했다.

금융위원회는 추가 의견수렴을 거쳐 이달중 가이드라인을 확정‧시행할 예정이다. 이달부터 준비된 기업들을 중심으로 밸류업 공시를 시행할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당초 예정했던 '하반기'에서 상당히 앞당겨졌으며, 시행 시기를 이달로 확정했다는 점을 긍정 평가했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최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2024.05.02 yunyun@newspim.com

다만 시장에서 기대했던 개별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구체적인 인센티브 방안, 즉 세제 지원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금융위는 "현재 주무부처를 토대로 검토중으로, 마치는대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세제 인센티브 확대안을 발표해도 세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향후 국회에서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야당은 현재 밸류업 관련 언급돼 온 인센티브를 '부자감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 자본시장연구원 등 유관기관과 여의도 한국거래소 마켓스퀘어 컨퍼런스홀에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안)'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2월 26일 1차 세미나에서 발표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주요내용 중 하나다.

이번 초안은 개괄적인 설명 중심의 '가이드라인'과 세부 작성방법·사례 및 참고서식 등을 담은 '해설서'로 구성됐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표=금융위원회] 2024.05.02 yunyun@newspim.com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은 상장기업이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수립하는 발전전략이라는 점에 ▲자율성 ▲미래지향성 ▲종합성 ▲선택과 집중 가능성 ▲이사회 책임 등 5대 핵심 특징을 지닌다는 설명이다.

이에 맞춰 가이드라인은 상장기업이 개별특성에 맞춰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투자자의 이해편의 및 비교 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기업개요-현황진단-목표설정-계획수립-이행평가-소통' 등 목차별 작성방법을 제시했다.

이중 현황진단에서 기업의 사업현황에 대해 시장환경·경쟁우위요소·리스크 등을 포함한 입체적 진단을 실시하고, 이러한 개별특성을 고려하여 다양한 재무·비재무 지표들 중 중장기적인 가치 제고 목적에 부합하는 핵심지표를 선정하도록 했다.

재무지표는 시장평가(PBR, PER 등), 자본효율성(ROE, ROIC, COE, WACC 등), 주주환원(배당, 자사주소각, TSR 등), 성장성(매출·이익·자산 증가율 등) 등으로 분류하여 다각적인 지표를 예시로 제시했다. 비재무지표는 지배구조와 관련해 일반주주 권익 제고, 이사회 책임성, 감사 독립성을 위한 여러 요소들을 기존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항목 및 기관투자자 등 시장참여자들이 주목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제시했다.

예를 들어 예컨대 모자회사 중복상장 이슈가 있는 경우 모회사 주주의 권익을 보호·증진할 수 있는 계획을 설명하거나, 지배주주 등의 비상장 개인회사 보유 이슈가 있는 경우 이해상충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설명하도록 했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표=금융위원회] 2024.05.02 yunyun@newspim.com

목표설정은 계량화된 수치로 명료하게 제시하는 것을 권장하지만 정성적인 서술 혹은 구간제시 등 다양한 방법의 목표설정도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목표, 계획을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불성실공시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기업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이미 예측정보 관련으로 거래소 공시규정 등에 면책제도가 구비돼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 등에 따라 목표의 변경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정정공시를 통해 목표를 수정·보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면책제도는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 제47조(예측정보의 공시방법 등)와 제32조 (불성실공시 적용예외), 코스닥시장 공시규정 제16조(예측정보에 대한 면책)와 제31조(불성실공시 적용예외) 등이 있다.

이행평가에서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연 1회 등 주기적 공시가 권장되는 만큼 기업이 공시와 공시 사이에 계획에 따라 어떠한 노력을 이행했는지를 기재하도록 했다. 소통은 주주 및 시장참여자와의 소통 현황과 향후 계획, 실적을 작성하도록 했다. 단순한 횟수 중심의 정량적 서술이 아닌 어떻게 효과적으로 소통을 할 것인지 등 정성적인 측면의 계획 수립·이행이 중요하다.

작성·관리주체는 전략·재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중심이 되어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사회는 경영진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적절히 수립·이행하는지 감독하고 필요한 경우 이사회의 보고, 심의 또는 의결을 거치는 등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했다.

금융위는 최종 의견수렴을 거쳐 5월중 확정·발표할 계획이다. 3분기 내에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하고, 연내 지수 연계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시행 시기를 확정한 점을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이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동력 약화 우려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는 당초 상반기 정책 확정, 하반기 내 시행에서 이달부터 시행으로 수개월 앞당겼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시행시기를 확정했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며 "이달부터 시행된다면 시총 상위 기업, 국민연금 지분율이 높은 기업, 외국인 투자자가 많은 기업 등을 중심으로 밸류업 공시를 시작해 다른 기업들도 하나 둘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제 인센티브 방안을 구체화하지 않은 점은 걸림돌이다. 시장에서는 이날 법인세와 배당소득세 인하 등 구체적인 내용이 담길 것으로 기대했다.

금융위는 최상목 경제 부총리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배당·자사주소각 등 주주환원 증가액의 일정부분에 대한 법인세 부담 완화, 배당확대기업 주주의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등 지원방향을 발표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구체안은 현재 검토중이라고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검토가 마무리되는 대로, 세제 지원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는 7월 세법 개정안에 해당 내용이 담길 것이란 시각도 있다. 다만 세법 개정은 국회에서 야당과의 협의를 통해 반영할 수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기업 밸류업은 긴 호흡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이며, 특히 오늘 발표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다양한 인센티브와 가이드라인, 컨설팅, 교육 등의 지원방안을 활용해 상장기업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수립·이행에 적극 참여하고, 투자자는 이러한 노력을 제대로 평가하여 투자결정에 반영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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