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정아 신도경 기자 = 저출산 예산을 놓고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기획재정부 간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저출산위가 일선에 나서서 저출산 예산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 기재부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기재부가 이를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저출산위는 현재 복지부·노동부를 중심으로 전 정부부처에 저출산 예산에 대한 지출 효율화 방안을 요구했다. 지난 10년간 저출산 예산은 증가했지만, 합계출산율은 도리어 추락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앞서 정부는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했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은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기본계획을 5년 단위로 수립된다. 이후 정부는 1차 기본계획 시행인 2006년 저출산 예산으로 2조1000억원 투입했다.

저출산 예산은 2012년 10조1000억원→2016년 21조4000억원→2019년 36조6000억원→2020년 44조4000억원→2022년 51조7000억원으로 증가하다 지난해 48조2000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정부가 지난 206년 이후 지난해까지 투입한 저출산 예산은 총 38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중에는 저출산과 관계없는 사업이 다수 포함됐다. 안전한 어린이 교통환경 조성, 청년의 기술창업 활성화, 직장 내 성희롱 대응 방안,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예방 등이 그 예시다. 이에 저출산위는 저출산과 무관한 사업 다수가 저출산 명목으로 예산을 집행했다고 보고 군살을 빼기 위한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했다.

다만 복지부와 노동부는 저출산위의 구조조정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저출산위는 전 정부부처에 저출산 사업과 지출 효율성을 판단하는 '지출 효율화 방안'을 각 부처가 직접 검토해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상대적으로 저출산 사업비 규모가 큰 복지부와 노동부는 난감하다는 기색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저출산 대책을 만들 때 예산이 얼마나 소요될지를 저출산위에 제출했다"며 "사업별로 필요한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관가에서는 주형환 저출산위 부위원장이 본인의 이름을 딴 특단의 저출산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저출산 예산이 큰 복지부·노동부에 대한 집중적인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고있다"고 귀띔했다.

저출산위는 전 정부부처로부터 걷은 지출 효율화 방안을 기재부에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내심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재부가 그동안 특정 부처만을 위해 예산을 검토하는 일은 전무했을 뿐더러 기재부가 직접 개입하게 되면 예산 삭감을 비공식적으로 선언한다는 뉘앙스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저출산위가 저출산 예산 지출 구조조정 작업을 기재부에 협조 요청을 해왔지만 예산실에서 거절했다"며 "내부에서는 저출산위가 예산권을 두고 무리한 요청을 많이 해와 곤란한 기색이 역력하다"고 전했다.

한편 저출산위는 내달 초 저출산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당초 이달 중 발표 예정이었으나 기재부 등 관계부처 간 협의가 늦어지면서 발표 시기가 지연됐다. 현재까지 부처별로 취합한 올해 저출산 정책 총예산은 50조원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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