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서울 서초구 건물 신축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가 추락사한 사건과 관련해 안전조치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건설업체 대표가 항소심에서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0부(차영민 수석부장판사)는 29일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산업재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사 대표 이모 씨에게 1심과 같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함께 기소된 A사에도 1심과 마찬가지로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 로고. [사진=뉴스핌DB]

재판부는 "당심에서 새로운 양형자료가 제출되지 않아 양형 조건의 변화가 없고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1심 형량을 유지했다.

앞서 이씨와 A사는 지난 2022년 3월 25일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 신축 공사 현장 지하 3층에서 페인트칠을 하던 근로자 B씨가 지하 4층으로 추락해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안전조치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A사는 B씨에게 안전모·안전대를 착용하게 하지 않고 추락 방호시설 등도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A사는 사고 발생 4개월 전 현장 안전관리자가 사직하자 인건비 부담과 구인난을 이유로 후임자를 고용하지 않고 본사 직원을 명목상 안전관리자로 지정하고 이 사건 이전에도 공사 현장에 안전펜스 등을 설치하지 않아 안전의무 위반으로 수십차례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러한 안이한 대응이 사고의 원인이 됐다고 판단, 지난해 6월 이씨와 A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는 서울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중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업체 대표가 기소된 첫 사례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건설업의 경우 공사 금액 50억원 이상)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한 법으로 2022년 1월부터 시행됐다.

1심은 "피해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이 사건 사고 이후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재범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있는 점, 유족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이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업체 대표가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2건이다. 한국제강 대표는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을 확정받았고 경남 양산의 한 자동차부품 업체 대표는 최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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