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검찰이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카카오의 미래 사업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인공지능(AI) 서비스 출시와 해외 진출 등 신사업 고도화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일부 계열사 매각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카카오 그룹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17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장대규 부장검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는 지난 9일 김 위원장을 소환해 20시간에 걸친 밤샘 조사를 벌인 지 8일 만의 일이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2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데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카카오가 2400여억 원을 투입해 SM엔터테인먼트 주식 시세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고정시키기 위해 조종했다는 혐의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 주가 조작 의혹으로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핌DB]

김 위원장 측 변호인단은 "SM 지분 매수에 있어 어떠한 불법적 행위도 지시 및 용인한 바가 없다"며 "이 건은 사업 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의 목적으로 진행된 정상적 수요에 기반한 장내 매수였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검찰은 암묵적 동의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 외에도 확대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T 블루 콜 몰아주기 ▲카카오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 횡령·배임 등이 그것이다. 이에 카카오는 사건별로 다른 로펌을 선임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기업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일부 계열사 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내부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카카오VX를 비롯해 핵심 계열사인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의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기업 지배구조 재편을 통해 핵심 사업에만 집중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 [사진=카카오]

실제로 카카오의 주가는 사법 리스크가 불거진 1년 사이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17일 오후 3시 기준 카카오 주가는 4만1150원으로, 52주 최고가 17만 3000원 대비 76.18% 하락한 상태다. AI와 글로벌 사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김 위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로 인해 그룹 쇄신작업의 추진 동력이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관련 검찰 조사와 카카오모빌리티 회계 조작 관련 금감원 조사 등 사법 리스크로 경영진의 리소스가 분산됐다"면서 "대형 플랫폼의 골목 상권 진출 관련 비판 여론으로 신사업의 수익모델 도입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신아 대표가 CEO로 내정된 지 반 년이 넘었지만 아직 신규 성장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AI 개발 조직 통합이 진행됐지만, 신규 모델 출시 일정이나 AI 서비스의 방향성이 공개되지 않아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상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는 지난해 11월 김 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경영쇄신위원회를 출범하며 조직 쇄신과 함께 AI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AI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카카오의 AI 경쟁력을) 전략적으로 증명하기 어렵다. 결국 카카오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연내 카카오에 맞는 AI를 활용한 서비스를 내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앞서 카카오가 '칼로 AI 프로필' 등 성과가 부진한 생성 AI 서비스들을 종료한 바 있어 서비스 경쟁력의 입증과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동우 교보증권 연구원은 "본사 AI 전담 조직과 연구·개발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 일부 조직을 결합한 AI 전담 조직 카나나를 신설, 비용 효율적인 서비스형 AI를 연내 카카오톡에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분기 실적발표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는지의 여부가 주가 향방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dconnec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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