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제382조의 3,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 여기서 '회사를 위하여'라는 표현을 '회사와 주주를 위하여' 등의 표현으로 바꾸는 게 이번 상법 개정안 논의의 핵심이다. 상장사 기업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차원에서 소액주주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에서 시작됐다. 재계는 그러나 주요 이사에 대한 배임죄 처벌 및 소송 남발로 이사회 기능이 마비되고 법적 리스크가 증폭될 것을 우려한다. 상법 개정 논의의 주요 쟁점을 짚어봤다.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이번 상법 개정 쟁점중 하나로 '배임죄 폐지' 카드가 급부상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삼라만상을 다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는 배임죄는 현행 유지보다 폐지가 낫다"고 언급하면서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들에 대한 소송이 남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배임죄 폐지'로 보완하겠다는 논리다.

재계에선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도 포함하는 상법 개정 논란이 커지자 재계의 숙원인 '배임죄 폐지' 당근책을 꺼낸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는 그러나 배임죄 폐지에 대해서는 찬성이지만 상법 개정과 연계해서 처리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 재계 "CEO 운신 옥죄는 대표적 악법"...美·英 배임죄 처벌 규정 없어

배임죄는 검찰 등 수사당국이 기업 및 오너 일가를 수사할 때 적용하는 대표적 혐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과거 검사시절 주요 기업인들을 배임죄로 처벌했지만,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한국은 배임죄에 대한 형사 처벌 수위가 너무 과도한 편"이라며 "배임죄 유지와 폐지 중 고르라고 하면 현행 유지보다 폐지가 낫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뉴스핌 DB]

현재 한국엔 형법상 배임죄 및 업무상 배임죄에 더해 상법상 특별배임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배임죄 규정을 두고 있다. 배임을 통한 이득액이 50억원을 넘으면 가중처벌되는 특경법상 배임죄는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을 선고할 수 있다.

재계는 적용 범위가 넓고 기준이 모호한 데다 대기업 투자나 자금거래 과정에서 50억원을 넘기는 경우도 많아 오너와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운신의 폭을 옥죄는 대표적인 악법으로 배임죄를 꼽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제인협회 등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주요 6개국 중 형법에 배임죄를 명문화한 국가는 한국과 프랑스, 독일, 일본 등 4개국이다. 미국과 영국은 배임죄 처벌 규정이 없다.

사기죄 및 민사 손해배상으로 다룬다. 배임죄를 명문화한 4개국 중에서도 한국은 배임죄를 가장 과도하게 처벌한다. 형법상 배임죄에 더해 업무상 배임죄가 있을 뿐 아니라 상법상 특별배임죄, 특경법상 배임죄 규정을 따로 두고 있다.

◆ 재계, 배임죄 폐지 찬성...상법 개정안 연계 논의엔 부정적

재계는 배임죄 폐지 자체에는 찬성이지만 상법 개정안과 연계해 논의하는 것에는 부정적이다. 배임죄 폐지와 별개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추가하는 내용의 개정안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사에 대한 소송남발 우려와 함께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등 경영상 판단을 꺼리게돼 결국 기업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송승혁 대한상의 금융산업팀장은 "재계의 바람은 배임죄 폐지 입장이지만 (이복현 금감원장의 폐지 제안이) 정부의 공식 입장도 아니고, 정부가 폐지를 추진하더라도 여소야대 국면에서 실제 폐지까지 가기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배임죄는 너무 자의적이고 사후적인 판단이라 경영판단의 원칙을 우선시 하는 미국 등 주요 국가에는 없는 제도"며 "국정농단 사건에서도 횡령이 아니라 배임죄로 처벌했는데 논란이 많지 않았느냐,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차원에서라도 배임죄는 폐지하는 것이 글로벌 기준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tac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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