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롯데그룹 컨트롤타워인 롯데지주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면서 그룹 전반에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들이 '무한 책임감'을 가지고 위기 극복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달라는 신동빈 회장의 메시지에 따라 각 계열사들도 자구책 마련에 나설 전망이다.

2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전날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올 하반기 불확실한 경영 상황에 대응하면서 지주사 차원의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삼성과 SK그룹처럼 임원들은 주말에 출근하는 등 비상경영 상황에 맞게 인력이 동원될 전망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비상경영 체제는 세계적인 경기침체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계열사들을 지원하는 지주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달 19일 열린 '2024 하반기 VCM'에서 고해상도 AR용 글래스 생산 스타트업 '레티널'의 기술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롯데]

재계 관계자들은 지주사인 롯데지주의 비상경영체제는 선언적인 의미라고 보고 있다. 글로벌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모든 그룹사들이 합심해 경영 개선 활동에 나서고 발생 가능한 리스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롯데지주는 지난 3월에서 계열사에 불필요한 골프나 해외 출장을 줄여달라는 가이드라인을 내려 보낸 바 있다.

롯데그룹은 주력 사업군인 유통·화학 부문이 수 년 째 부진한 모습이다. 그룹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롯데케미칼은 지난 2년 동안 1조 원 넘는 적자를 냈고 롯데쇼핑도 매출이 꾸준히 하락세다. 롯데지주에 앞서 선제적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계열사도 유통·화학군이다. 롯데면세점이 6월, 롯데케미칼이 7월 비상경영 체제에 먼저 돌입한 바 있다.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는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선포하면서 ▲고강도 사업부 구조개선 ▲상품 원가와 경쟁 비용 통합 관리 ▲조직 슬림화 ▲전 임원 급여 20% 삭감 ▲전사적 인력 구조조정 및 성과 향상 교육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본사 직원과 시내영업점 영업사원 20여명을 공항 인도장 근무로 전환하는 등 인력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또 마케팅부문과 빅데이터팀, 해외역직구팀, 브랜딩팀, 디자인팀 등을 폐지하거나 타 부서와 통합하는 조직 슬림화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비상경영을 선언한 롯데케미칼은 국내외 출장 인원을 지난해보다 20% 줄이기로 했다. 오전·오후 집중 근무 시간에는 직원들의 흡연과 업무 외 메신저 사용을 자제하도록 하고 연차는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을 주문했다. 롯데케미칼은 앞서 현장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선제 조치를 취했지만 다시 강도 높은 자구책을 내놓으며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지난달 19일 열린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이 같은 위기에 대응해 "예상하지 못한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극복하면서 지속 성장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역할임을 잊지 말아주길 바란다"며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에도 경영목표 달성 및 재도약을 위해 경각심을 높여 달라"고 단호하게 당부했다.

그러면서 CEO들의 책임감 있는 자세를 강조했다. 신 회장은 "CEO들은 회사 경영에 무한 책임을 져야하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인 자세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yu@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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