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이렇게까지 커질 일이었을까요?"

최근 티웨이항공의 기체 결함으로 시작된 11시간 지연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기체 결함으로 인한 지연은 항공사에서 특별한 광경이 아니지만, 티웨이항공의 대처가 일을 키웠다는 뜻이었다.

지난 13일 낮 12시쯤 인천에서 오사카로 향할 예정이던 TW283편은 기체 결함으로 정비 후 밤 11시4분에 출발했다. 이 시간 동안 300여명의 승객은 기내에서 장시간 갇혀있었다. 일부 승객은 공황장애를 호소하며 기절하기도 했다.

이번 일은 단순한 '비행 지연'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항공기의 부품 결함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지연 역시 항공사 운영 시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티웨이항공이 비행 지연 이유를 승객들에게 명확히 설명하고 사과한 후에 그에 맞는 보상을 제안했으면 됐을 일이다. 하지만 티웨이항공의 땜질식 대처로 인해 더 큰 논란으로 번졌다.

항공기 바꿔치기 의혹이 대표적이다. 11시간 지연 출발한 항공기는 당초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노선에 배정됐던 항공기였음이 드러났다. 승객들의 항의에 티웨이항공은 현지 공항 운영시간에 맞추기 위해 항공기를 교체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취재 결과, 현지 공항은 운영시간 제한(커퓨타임)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며 논란이 시작됐다.

지연 핑계를 승객 탓으로 돌린 것도 마찬가지다. 기체 정비는 오후 6시45분쯤 마무리됐지만 승객들의 하기 요구 탓에 더 지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늦은 밤까지 정비가 계속됐던 정황이 포착됐다.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승객을 거론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티웨이항공이 이 같은 무리수를 둔 이유가 수익성과 관련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항공기 지연 보상금은 운임과 비례하기 때문에 유럽행 노선보다 단거리 노선일 때 비용이 더 적게 든다. 따라서 승객에게 주는 지연보상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납득할 수 없는 행동들을 했다는 것이다.

업계의 추측이 맞다면, 금전적 손해를 최소화하는 목적은 이뤘다. 하지만 항공사 신뢰도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치명적인 결과를 만들었다. 이미 '티엣젯'이란 오명까지 얻었다. 지연·결항 문제로 악명높은 외항사 '비엣젯 항공'과 비슷하다는 의미다.

티웨이항공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최초로 유럽 노선에 취항했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를 시작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탈리아 로마, 프랑스 파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으로 취항지를 넓힐 계획이다. 하지만 티웨이항공의 문제 대처 능력은 커가는 몸집을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위기 대응 능력도 중요한 요소인데, 최소한 이번 문제에선 그 능력이 보이지 않았다.

티웨이항공은 향후 내부 프로세스를 재점검하고,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승객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적절한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디 이번 일을 계기로 '땜질식 처방'은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는 교훈을 얻었길 바란다.

ay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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