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과다 의료이용'이라고?…시민단체 '의료급여 정률제' 비판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정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의료급여 정률제'가 시민사회단체와 법조계의
반대에 부딪혔다. 해당 안에 따르면 취약계층의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는데, 면밀한 분석 없이 내놓은 정책으로 이들의
건강권을 해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27일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 등은 정부의 '의료급여 정률제'가 기초생활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높이고 건강권을 해칠 것이라며 서울대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7월 정부는 기초생활수급자나 노숙자 등이 혜택을 보는 의료급여 체계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개편하겠다고
예고했다. 기존에는 정해진 액수의 진료비만 내면 됐지만, 새로운 정부안에 따르면 환자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진료비에
비례해 늘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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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 등은 정부의 '의료급여
정률제'가 기초생활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높이고 건강권을 해칠 것이라며 서울대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 |
시민사회단체 등에 따르면 정부는 병원비가 싸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 등이 병원을 자주 이용한다고 보고 있다.
'이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한다'는 내용으로 정책을 개편함으로써 도덕적 해이를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토론회에 모인 이들은 정부의 결정을 지적했다. 사실상 취약계층이 진료를 받을 권리를 해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의료급여 수급자의 미충족의료 경험률은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높은 것으로 드러나고,
정부가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아파도 치료를 포기한 비율이 수급가구에서 27.8%에 달한다"며 "진료비 부담이 포기 사유인
경우가 87.1%로 높다"고 했다.
설령 취약계층이 병원에 자주 방문한다고 하더라도, 전문가들은 그 사회적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급여 수급자들은 비용이 부담돼 상급 병원에 갈 수가 없다. 동네 의원에서 약을 받아 먹거나 물리치료를 할
뿐이다. 그러다 보면 질병이 생긴 근본적인 문제를 짚기도 어렵고 병원에 자주 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정 활동가는 "환자들이 필요한 처치나 수술이 아니라 물리치료를 전전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선지출이 필요한 비용을
충당할 수 없어서, 아직 수술할 정도가 아니라서, 원인을 찾을 수 없어서 등 이유는 다양한데 이를 환자의 선택이라고
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역시 "의료급여 수급자는 노인, 장애인, 만성질환자의 비중이 높고 특히
복합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의 일차의료가 이러한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환자보다는 의료기관의 과잉진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행 의료 체계에는 환자를 더 자주 보면
볼수록 매출이 나오는 '행위별 수가제'가 도입돼 있어어 의사가 진료 횟수를 늘릴 가능성도 있다.
박 변호사는 "진료가 필요한지 여부, 그리고 그 내용을 결정하는 것은 환자가 아니라 의사"라며 "과잉진료, 이용의
원인은 복합적이므로 면밀한 분석 없이 본인부담금을 지렛대로 의료이용을 억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hello@newspim.com